13일 밤 홍콩 도심에 인권운동가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의 죽음을 애도하는 꽃다발이 등장했다. /연합뉴스노벨 평화상 수상자이자 중국 인권운동가인 류샤오보(劉曉波·1955~2017)가 오랜 수감 끝에 얻은 간암으로 13일 별세했다. 전 세계에서 애도하고 있지만 정작 중국에선 이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중국 관영매체들 대다수와 민영매체들의 외면 때문이다.
14일 현재 중국의 신문·방송·인터넷 매체들은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와 웨이신(微信·위챗) 등 중국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도 ‘류샤오보’의 이름으로는 아무런 검색도 되지 않는다. 인터넷 포털에서도 류샤오보 이름을 검색하면 작년 말 노르웨이·중국이 6년 만에 관계를 정상화하면서 그의 이름이 거론된 것이 나올 뿐이다. 그가 숨진 과정은 찾아볼 수 없다.
중국 당국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탓도 있으나 중국 내 매체들이 자체 검열을 통해 보도하지 않는 탓이다. 다만 민감한 외교 사안 등에 관해 중국 당국 입장을 대변해 온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가 유일하게 ‘류샤오보 향년 61세 사망’ 제하의 기사를 냈다. 기사는 “중국 정부는 최고의 의료진을 동원해 류샤오보를 집중 치료했고 그가 교도소에 있을 때부터 B형간염 보균자였다”고 보도했다. 류샤오보가 지병으로 인해 간암에 걸려 자연사한 것일 뿐 중국 정부에 책임이 전혀 없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글로벌타임스는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영문 자매지다. 중국에 주재하는 다른 나라 외교관 또는 외국 기업인들을 독자로 한다. 이 신문의 이 같은 보도 태도는 류샤오보 별세로 인해 중국 당국에 쏟아질 서구와 국제인권단체들의 인권탄압 비판을 의식한 제스처로 해석된다. 글로벌타임스는 그간 류샤오보를 중국 내에서 대의명분을 얻지 못해 사회로부터 버려진 국외자로 묘사해왔다. 류샤오보를 ‘국가전복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범죄자’로 낙인찍고 그를 출국시켜 해외에서 치료받게 해달라는 서방측 요구를 일축해온 중국 당국의 입장과 같은 논조였다.
류샤오보 주변을 제외하고 중국 본토 내에서 민주화 개혁을 위해 헌신한 그의 생애를 아는 이도 많지 않다. 류샤오보가 입원한 선양(瀋陽) 소재 중국의대 부속 제1병원의 환자들조차 노벨평화상을 받은 류샤오보가 같은 병원에 입원한 사실을 몰랐다. 류샤오보 입원 후 병동의 출입절차가 왜 강화됐는지 의아했다고도 전해졌다.
그럼에도 류샤오보 사망소식은 소셜미디어를 타고 중국 내부에도 속속 전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류샤오보 사망 전에도 중국 내 일부 소셜미디어에 류샤오보와 부인 류샤(劉霞·55)를 직접 언급하는 글이 있었지만 대부분 삭제됐다. 그러나 일부 게시물은 검열을 피해 게시되기도 했다.
/김민제 인턴기자 summerbreeze@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