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B&Deal

車 떼고 큰 그림 그리는 대림산업…남은 과제는 3세 체제 안정화

성장 멈춘 이륜차 사업부 정리하고

매각 고민하던 C&S는 IPO로 안착

이해욱 부회장 선택과집중 진두지휘

체질개선 위해 선대 유업도 수술대

1515A12 대림




대림산업이 대림자동차 이륜차(모터사이클)사업부 매각에 성공했다. 인수자는 대림에 이어 국내 이륜차 2위 기업인 KR모터스다. 선택과 집중을 위해 매각에 나선지 3년 만이다. 대림자동차 매각설은 지난 2014년 대림이 창립 76년 만에 첫 적자를 기록하자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필요하다는 전망과 함께 시장에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룹의 또 다른 핵심 계열사인 대림C&S 매각설이 돌았던 것도 이때부터다. ★본지 7월11일자 1·16면 참조


매각설은 지속됐지만 그룹의 간판 기업인 대림자동차와 대림C&S 매각이 풍문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더구나 2014년 2,70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던 대림산업은 이듬해인 2015년 2,656억원으로 흑자 전환하더니 지난해에는 4,250억원으로 60%가량 껑충 뛰었다. 지난해 매출액(9조8,540억원)은 전년보다 3.6% 증가했고 당기순이익(3,116억원)은 44% 증가했다. 이 기간 대림C&S는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대림자동차 매각은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이륜차 성장성이 답보상태라는 점은 부담이 됐지만 그룹 전체의 안정적인 실적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을 매각할 것이라는 예상은 쉽지 않았다. 그만큼 이번 대림자동차 이륜차사업부 매각은 전격적이었고 시장의 예상을 빗나간 결과였다. 특히 이해욱 대림산업 대표이사 부회장에게 창업주의 유업이나 다름없는 이륜차 사업을 접는다는 점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대림자동차는 이 부회장의 조부이며 대림산업의 창업주인 고(故) 이재준 명예회장이 1978년 자동차부품회사인 대림공업을 세우며 시작됐다. 1982년 기아자동차 계열사로 모터사이클을 생산하던 기아기연을 인수합병(M&A)하며 이륜차사업에 뛰어들었다. 1990년대 중반 배달·택배 등의 사업이 확대되며 자동차를 대체할 만한 이동수단의 필요성이 커지며 승승장구했다. 국내 이륜차와 대림은 동의어로 불릴 정도로 시장 지배력을 키웠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은 급속히 축소됐다. 지난해 대림자동차 이륜차사업 부문의 영업이익은 146억3,900만원 적자를 기록했다.


비핵심자산을 정리하고 핵심사업에 주력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창업주의 유업이라고 끌어안고만 있을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오히려 2010년 이후 자동차부품 제조회사로 사업구조를 전면개편해 수익성이 개선된다는 점에서 인적분할을 선택했다. 실제 KR모터스는 대림자동차가 인적분할하는 이륜차사업 부문 지분 100%를 334억원에 인수하게 된다. 이륜차사업을 2위 기업에 넘겨줘 규모의 경제를 만드는 편이 창업주의 유업을 지킬 수 있다고 봤다. KR모터스의 최대주주인 오세영 코라오그룹 회장도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이륜차 사업의 성장성이 충분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국내 이륜차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두 기업의 의기투합이 M&A를 성공시켰다. 지분율 41%로 대림자동차 2대주주인 SC PE도 KR모터스에 전환사채(CB)방식 등으로 재투자를 검토해 이번 매각을 지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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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산업은 핵심사업의 선택과 집중을 위해 계열사 매각뿐만 아니라 IPO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매각 1순위로 꼽혔던 대림C&S는 2015년 매각보다 IPO가 더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라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했다. 공모가 2만7,700원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에 성공하며 대림C&S는 700억원의 자금조달을 마쳤다.

두 건의 굵직한 거래는 이 부회장이 진두지휘하며 3세 경영 체제 안정의 발판이 되고 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대림산업 구조조정실에서 일을 시작한 이 부회장은 대림산업 체질개선의 늘 전면에 서 있었다. 1999년 한화석유화학과 공동출자를 통해 여천 나프타분해공장(NCC)을, 2000년 다국적기업인 바셀과 합작법인 폴리미래를 세워 석유화학 부문의 구조조정을 성공시킨 것도 이 부회장이었다. 국내 최초의 아파트 브랜드 ‘e-편한세상’도 이 부회장의 작품이다.

1939년 부평에 차린 목재소 부림상회에서 시작된 대림산업은 경부고속도로, 포항제철, 국회의사당, 서울종합운동장, 청계천 고가건설과 복원, 독립기념관, 광화문광장까지 78년간 근현대 대표 건축물을 도맡았다. 광화문 D-타워의 D는 대림(Daelim)의 첫 자에서 따왔다. 건설 부문 뿐만 아니라 제조 부문, 에너지 부문, 기타 부문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올해 자산총액 18조원의 재계 순위 18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선대가 이룬 성장에 만족하지 않고 선택과 집중을 통한 체질개선에 나선 오너 ‘3세 체제’ 드라이브는 이제 시작됐다.



송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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