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5일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에 대해 “대결의 저의가 깔려 있으며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은 커녕 장애만을 덧 쌓는 잠꼬대 같은 궤변들이 열거돼있다”고 비난했다. 남북관계 단계적 개선을 담은 베를린 구상에 대해 북한이 반응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문 대통령이 발표(지난 6일)한 지 9일 만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진로가 무엇인지 똑똑히 알아야 한다’는 논평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베를린 구상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하면서 발표 장소로 베를린을 택한 데 대해 “우리 민족 자신이 주인이 돼 풀어나가야 할 그처럼 중대한 문제를 피부색도 다르고 언어도 통하지 않는 다른 나라 사람들 앞에서 늘어놓는 것 자체가 황당하기 그지없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의 ‘북한 비핵화와 함께 평화협정 체결’ 추진 언급 등에 대해서는 “이미 때는 늦었다”면서 “조선반도 평화보장의 보검인 동족의 핵을 폐기시켜보겠다고 무모하게 놀아댈 것이 아니라 미제의 천만부당한 핵전쟁 위협을 종식시키고 온갖 침략장비들을 남조선에서 철폐할데 대해 용기있게 주장해야 호응과 박수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이 거론한 ‘올바른 여건’, ‘적절한 조건’ 등에 대해 “우리의 핵폐기를 유도하고 압박하는 데 선차적인 관심과 목적을 두고 있으며 대화도 북남관계도 여기에 복종시키려 한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준다”고 비난한 뒤 “근본적인 정책전환, 입장전환이 없다면 그 어떤 언약도 새로운 실천을 기대하기는 더욱 어렵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산가족 상봉과 스포츠 교류 활성화 제안에 대해서는 일부 수긍하면서도 5·24조치 문제와 탈북 여종업원 12명, 김희련씨의 북송 문제 해결 등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북과 남이 함께 떼여야 할 첫 발자국은 당연히 북남관계의 근본문제인 정치군사적 대결상태를 해소하는 것”이라면서 “첫출발은 반드시 필요한 것부터, 반드시 풀어야 할 근본문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문 대통령의 구상이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대한 존중, 이행을 다짐하는 등 선임자들과는 다른 일련의 입장들이 담겨져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일부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