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개막 이래 현재 공연 중인 15차팀까지 배출한 ‘옥방’은 김동호 황보라 이명행 이선호 이동하 조현식 박은석 김선호 등 수많은 젊은 스타들을 배출해 스타 등용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김래원 정다빈 주연의 드라마(2003)로 먼저 알려진 ‘옥방’은 계약 문제가 얽히면서 우연히 옥탑방에서 동거하게 된 젊은 남녀의 코믹 러브스토리를 담았다.
현재 SBS 월화드라마 ’엽기적인 그녀‘에 꽃도령 상수 역으로 출연 중이기도 한 이시강은 연기를 시작한지 벌써 5년차다. 이번 ‘옥방’은 배우에 대한 꿈을 안고 직접 대학로 오디션을 두드려 거머쥔 작품이다.
“예전에 공연을 이미 여러 번 봤었고, 대본이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옥방’ 매력이라면 단연코 로코 1등이잖아요. 배우로서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지난해 오디션을 도전했는데 한번 떨어졌었어요.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 때는 준비가 덜 돼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대표님이 절 굳이 뽑을 필요는 없었다고 봐요.”
7년된 장수공연에 15차 배우로 당당히 입성한 이시강은 악어컴퍼니의 조행덕 대표와 꼭 한번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는 부푼 꿈을 밝혔다. 배우들에게 그 누구보다 무서운 대표 겸 연출자로 소문나 있지만 직접 작업을 해보니 “무서운 이유가 납득이 갔다”는 말을 들려줬다.
“누군간 쉽게 할 수 있는데 왜 불구덩이 속으로 들어가느냐?고 말해요. 사실 불구덩이 속으로 들어가는 걸 되게 좋아해요. 하하 전 대표님께 욕 거의 듣지 않고 작업했어요. 비법이요? 연출님의 디렉션을 다 받아적어요. 그리고 다 바꿔요. 대표님을 욕하는 사람들은 다 이유가 있어요. 디렉션을 꼼꼼히 수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그런 경우죠.”
그의 노력은 빡빡하게 채워진 디렉팅 공책에서도 엿볼 수 있다. 전체 그림을 그리는 연출가의 방향과 배우의 방향이 한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움직이고 노력했다. 그렇게 그는 연기적으로 한단계 성장했다.
“디렉팅을 잘 따르면, 저희 작품이 추구하는대로 움직일 수 있어요. 제가 이야기한 것과 대표님이 이야기 한 것의 차이가 있을 땐 의견을 나누고 접점을 찾아가요. 그런 부분도 하나 하나 공책에 적어가요. 대표님이 냉정하다고 하는데, 이 배우를 연기적으로 잘 풀 수 없다는 판단이 서면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오디션 합격 한 것으로 끝나지 않아요. 계속 노력해야 해요. 전 되게 재미있게 연습했어요.”
이시강은 처음부터 연기자를 꿈꾸진 않았다. 축구 선수가 되고자 어린시절부터 운동을 했지만 본인이 진짜 원했던 일이 아님을 깨닫고, 일본에서 ’키노‘라는 아이돌 그룹의 멤버로 활동 했다. 우여곡절 끝에 팀이 해체되면서 다시 밑바닥부터 연기를 제대로 배우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시강이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스토리의 개연성이다. 그는 “제가 봤을 때 스토리가 타당성 있게 느껴져 가슴에 와 닿고, 도전해볼만 가치가 있어야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학로에 올려지는 여러 작품 이야기를 하나 하나 언급하며 조목 조목 ‘왜 이 작품은 타당성이 부족한지’를 지적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보면, 연극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다는 게 확실히 느껴졌다.
이어 ‘옥방’ 이전에 무대에 올랐던 ‘쉬어매드니스’ 이야기로 화제가 옮겨졌다. ‘쉬어매드니스’ 2차 팀 멤버인 이시강은 티켓파워 1위 연극에 올라 배우들 전원이 보너스도 받았다고 전했다.
“‘쉬어매드니스’ 초연 공연을 했던 서성종 배우가 현재 연출을 하고 있어요. 직접 연기를 하셨던 분이라 세련되게 각색을 하셨죠. 정서적으로 엄청 잘 풀렸어요. ‘쉬어매드니스’가 대학로에서 인기 몰이를 하면서 오픈 런으로 공연 중입니다. 포스터 한 장 안 붙이고 입소문만으로 관객을 불러들이는 연극이에요. 현재는 4차팀이 공연을 하고 있는 중인데 한번씩 4기수 모두가 나오는 스페셜 공연을 올리기도 해요. 지난 1000회 공연 때도 역대 기수들이 모여 한팀을 만들어서 공연을 올렸어요. 그런 스페셜 공연 전통도 의미있다고 생각해요.”
이시강은 연극을 보고 연극 무대에 오르는 기쁨은 배우로서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고 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대학로로 연극을 보러가요. 연극을 보면서 너무 행복했고, 연극을 통해 가져 가는 게 많아요. 많은 배우분들이 몇 년에 한 번씩이라도 꼭 연극을 하고 가시잖아요. 그런 분들이 연극을 해서 돈을 벌려고 할까요. 사실 돈을 더 쓰면 썼지. 많은 돈을 벌지 못해요. 배우들이 연극 무대를 좋아하는 건 연기적으로 채찍질 하고자 하는 그런 부분인 것 같아요. 저 역시 그 마음을 계속 가져가려고 생각 하고 있어요.”
이시강과 인터뷰 중 느낀 점은 ‘자신감’이 뛰어나다는 점. 그렇다고 그가 자만심이 높다는 뜻은 아니다. “자신감과 잘하는 것과는 달라요. 반성을 많이 해요.”라며 넉살 좋은 웃음을 흘린다.
“연기는 ‘자신감’이라고 생각해요. 스스로를 믿어야 할 수 있는거잖아요. 늘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거기에 따른 자신감은 있어요. ‘피고인’의 지성 선배의 연기를 보고, 또 최근엔 ‘불한당’의 임시완씨 연기를 보면서 깜짝 놀랐어요. 쉽지 않았을텐데 엄청난 노력을 했겠구나란 생각이 들었으니까. 전 타고난 게 없어 죽어라 노력해야 해요.”
이시간은 탄탄하고 건강한 신체를 지닌 배우로도 유명하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운동하는 그 답게 체력 관리에도 소홀하지 않는다. 축구선수로 다져진 성실함은 배우로 성장하는데 큰 메리트가 되고 있다.
“운동은 매일 매일해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보다는, 몸이 좋으면 안 좋은 것보다 좋은 게 더 많아요. 제가 몸이 좋았을 때 할 수 있는 역할들이 많이 생기고, 광고도 그렇더라구요.
이정재, 차승원, 정우성, 김주혁 선배 등 롱런하는 선배님들 보면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오래 가시는 분들 보면 헬스장에 빠지지 않고 꼭 오세요. 같은 헬스장이라 간혹 보는데 정말 꾸준히 나오세요.
감히 말씀드리자면, 연기하는 신념만 꺾이지 않는다면 좋은 배우는 인성이 갖춰진 이후에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역대 ‘옥방’ 배우 중에서 제가 제일 키가 작대요. 외모가 아닌 다른 면에서 대표님 마음에 들었으니 뽑힌 게 아닐까요. 거기에 맞게 전 연기로 보여주면 되는거죠. 꼭 해보고 싶은 연극은 ‘클로저’ 에요. 너무 하고 싶은데, 우리나라 배우 중 몇십만명 아니 몇백만명 중에 8명을 뽑는 연극이라 쉽지는 않을 듯 해요. 하지만 준비해가다보면 언젠가는 꼭 할 수 있겠죠. 하하. “
→[SE★인터뷰②]에서 계속...이시강, 영어 공부에 매진한 이유 “김영철씨보다 더 잘 해야죠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