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규모의 복층형 반도체 공장인 평택 1라인 증설에 가속도를 내는 것은 전 세계에서 폭증하는 낸드플래시 수요를 흡수해 ‘반도체 1위’ 지위에 쐐기를 박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올 2·4분기에 사상 처음으로 반도체 매출에서 인텔을 제친 삼성전자는 메모리는 물론 파운드리(시스템 반도체 위탁 생산)까지 강화하며 ‘반도체 왕국’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평택 1라인은 삼성 반도체의 첨단 양산 기술이 적용되는 곳으로 경쟁사들이 아직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하지 못한 4세대 3D 낸드가 집중 생산된다. 전 세계 서버업체들이 저장장치를 하드디스크에서 낸드를 사용하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로 전환하고 PC에서 모바일로 전자기기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는 가운데 가장 효율성이 높은 낸드를 양산할 수 있는 삼성 반도체의 입지는 더욱 단단해질 것으로 보인다.
16일 반도체 장비업계 관계자는 “내년 3월까지 삼성 평택 1라인 2층 증설을 위한 장비 납품 요청이 들어오면서 장비 업계는 굉장히 분주해졌다”며 “삼성전자가 평택 1라인에서 낸드 생산 물량을 빠르게 늘리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전자 이외에 도시바·SK하이닉스 등이 3D 낸드를 생산하고 있지만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의 3D 낸드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이다. 낸드 생산업체가 제한돼 있는데다 4세대 3D 낸드를 대량 생산하는 기업은 더욱 한정된 탓으로 실제로 최근 애플이 출시를 코앞에 둔 ‘아이폰8’에 탑재할 목적으로 삼성전자에 3D 낸드를 급히 추가 요청한 것으로 알려질 정도로 수급이 원활하지 못한 상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주요 공급선인 도시바 등으로부터 기대한 물량의 70%가량밖에 받지 못하면서 삼성에 급히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지난해 말부터 4세대 3D 낸드를 양산 중인 삼성전자가 추가 시설투자를 빠르게 단행해 물량 공세에 나서면 다른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 등을 따라가기가 더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3D낸드는 평면(2D) 낸드의 회로를 수직으로 세워 성능과 효율성을 극대화한 것이다. 전 세계에서 3D 낸드 공급 부족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모바일에 탑재되는 저장장치 용량이 크게 늘어난데 서버 업체들의 SSD 수요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다.
삼성의 평택 1라인 초스피드 증설은 D램 시장에서 선제적 투자를 통해 ‘치킨 게임’을 이겨낸 ‘승부사 유전자(DNA)’가 그대로 재연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1990년대 글로벌 업체의 ‘D램 전쟁’ 와중에서도 투자를 크게 늘려 치킨게임의 최종 승자로 자리매김했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서버용 낸드 수요 등이 급증하면서 전체 낸드 매출은 2016년~2021년 7%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낸드 시장 1위 기업으로서 기술력이 후발 주자들에 비해 1~2년 앞선 삼성 입장에서는 선제적 투자를 통해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는 것이다. 오는 2018년부터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생산한 메모리 반도체가 시장에 나올 예정인 가운데 삼성의 초스피드 투자는 단순히 현 낸드시장 플레이어들뿐 아니라 중국 업체들의 추격까지 확실히 따돌리겠다는 초격차 전략으로 읽힌다
한편 삼성이 평택 1라인 증설에 빠르게 나서면서 화성 사업장 투자, 중국 시안 라인 추가 건설 등의 투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평택 1라인 공식 가동과 함께 총 37조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는데 그 안에는 화성 사업장에 6조원을 투자해 극자외선(EUV) 등 첨단 인프라에 최적화한 신규 라인을 짓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중국 시안 라인 추가 건설은 투자비가 공개되지 않았으나 앞서 시안 1라인 투자 규모 등을 고려하면 적어도 8조원 이상의 투자가 집행될 것으로 보인다.
/윤홍우·신희철기자 seoulbir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