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발견되거나 신고된 위조 지폐가 총 1,373장이었다. 2015년(3,293장) 대비 58.3% 감소했지만 여전히 많은 수가 위조되고 있는 것이다. 권종별로 보면 만원권이 667장, 5,000원권 662장, 1,000원권이 25장 순으로 나타났다. 5만원권의 경우 19장으로 나타났다. 위조 지폐는 고성능 복사기와 컬러 프린터기의 발전으로 갈수록 정교해 지고 있다.
주요소 중엔 ‘정량’ ‘정품’을 강조하는 현수막을 내건 곳이 많다. 정품이 아닌 이른바 ‘가짜 휘발유’를 파는 곳이 일부 있다는 방증이다.
서울시 특별사법경찰은 최근 가짜 석유제품을 정품으로 속여 팔아 석유 431만 리터(66억원 상당)를 부당하게 유통한 혐의(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등 위반)로 주유소 사장 등 1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교통안전공단은 가짜 휘발유는 연간 약 1조 원의 세금 누수를 가져오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가짜 휘발유는 자동차에게 큰 피해를 입힌다. 연료 계통의 고무 부품을 쉽게 손상시켜 부품 수명을 단축시키고 엔진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다. 또 대기오염 물질 과다배출로 인한 환경오염 등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첨단 기술이 가짜와의 전쟁을 시작했다.
가짜 휘발유를 잡아내는 데에 한국조폐공사의 기술이 동원된다. 조폐공사가 위조 지폐를 확인하는 기술을 활용해 세계 최초로 가짜 휘발유 판별 용지를 개발한 것이다. 연료탱크에서 휘발유를 뽑아 한 방울을 용지에 떨어뜨리면, 정품이 아닐 경우 용지 색깔이 2분 안에 연한 청색으로 변한다. 다른 성분을 섞지 않은 정품이라면 색깔이 변하지 않는다. 가짜 휘발유의 특정 성분이 특수 화학처리된 용지에 닿으면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방식이다.
여전히 극성을 부리고 있는 위조 지폐를 막기 위한 기술 중의 하나가 색변환 잉크다. 1만 원권 뒷면에 ‘10000’이라고 인쇄된 부분을 보면 각도에 따라서 붉은빛 도는 황금색으로 보이기도 하고 초록색으로 보이기도 한다. 보는 각도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는 색변환 잉크는 자연계에서 몰포나비의 날개에 나타난다. 몰포나비는 색소가 없는데도 아름다운 푸른 빛깔을 가졌다. 대신 날개에 나노 단위의 아주 작은 단백질 구조가 층을 이루며 쌓여 있고, 이 구조가 빛의 간섭 현상을 일으켜서 푸른빛을 낸다는 것이다. 색변환 잉크에는 굴절률이 약간 다른 물질을 집어 넣어 잉크 표면 위에서 반사하는 빛과 잉크 안에 집어넣은 물질에 반사된 빛이 서로 간섭을 일으키는 것이다. 보는 각도에 따라서 보강간섭을 일으키는 빛의 파장대가 달라지기 때문에 색이 바뀌게 되는 것이다.
중국산 위조 화장품으로 골치를 앓고 있는 국내 화장품 업체가 첨단 위조 방지 기술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대표적 기술이 자석으로 위조 여부를 간단히 확인할 수 있는 라벨인 ‘엠 태그(M-Tag)’’다. 국내 벤처기업인 나노브릭이 7년의 연구 끝에 개발한 이 기술은 나노 신소재를 활용했다. 입자 배열이 균일한 나노 신소재에 자성이 영향을 미치면 입자 배열이 변하는 원리를 이용했다. 자석을 갖다 대면 카멜레온처럼 색이 변하는 것이다. 갈색인 라벨이 녹색으로 보이면 정품, 변화가 없다면 ‘가짜’다. 스마트폰마다 자석이 내장돼 있어 라벨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된다. 정품인증 앱 ‘엠체크(M-Check)’를 통하면 라벨에 인쇄된 QR코드를 온라인 인증해 정품 여부를 추가로 판별할 수 있다. 이 외에도 DNA와 전자태그(RFID) 기술을 화장품 용기에 적용하고 있다.
국제상업회의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위조품 무역 시장의 가치는 1조7,700억 달러(약 2,035조5,000억원)로 추산되고 있다.
IT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위조 기술도 급격히 발달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위조 정보통신기술(ICT) 상품 무역’ 보고서(2013년 기준)에 따르면 전 세계 ICT 상품 무역액의 6.5%가 위조 제품이다. 비디오 게임기(24%), 헤드폰 같은 음향장치(19%)를 비롯해 휴대전화(부품)도 19%가 짝퉁이었다. 적발된 위조품의 원천 국가는 중국(57%)·홍콩(29%)·아랍에미리트(3%)·독일(2%) 순이었다. 국내 위조 상품 시장의 규모는 14조원으로 알려졌지만 적발액은 7,000억원애 불과하다.
지금까지 위조 방지 기술은 대개 홀로그램(3차원 영상으로 된 입체 사진)이나 QR코드를 활용했다. 홀로그램을 만드는 기술인 홀로그래피는 레이저 광원에서 나온 빛의 간섭을 이용해 위조를 방지한다. 진폭과 위상 등 파동으로서 빛이 가지는 모든 정보를 동시에 기록하고 재생할 수 있다. 보는 위치을 옮겨도 물체가 보이는 위치 또한 변하여 입체 사진을 보는 듯한 현상을 구현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여권과 같은 주요한 서류는 아예 전파식별(RFID) 칩을 부착해 위조를 원천적으로 막아보자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바코드 보다 진일보한 ‘QR코드’도 있다. 바코드는 기본적으로 가로 배열에 최대 20여 자의 숫자 정보만 넣을 수 있지만, QR코드는 가로, 세로를 활용하여 숫자는 최대 7,089자, 문자는 최대 4,296자, 한자도 최대 1,817자 정도를 기록할 수 있다. 하지만 복제 기술의 발달로 지금은 홀로그램이나 QR코드 자체를 위조하는 상황이 됐다.
과학자들이 제품 위조를 막는 첨단 양자 기술을 개발했다. 영국 랭커스터 대학 연구진이 개발한 이 기술은 세계에서 가장 얇은 물질로, 신원 확인용 태그를 제작할 수 있다. 원자의 배열에 따라 방출되는 빛 신호를 스마트폰 카메라가 캡처해 숫자 시퀀스로 변환할 수 있으며 이는 고유한 광학 서명으로 이용된다. 즉 카메라가 태그를 촬영한 다음 제조업체의 서버에 존재하는 보안 ID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함으로써 진위여부를 간단히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태그가 원자 두께 밖에 안되기 떄문에 복제가 불가능하다. 로버트 영 교수는 “스마트 폰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양자 기술로 분류 된 태그의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명품시계나 골프채, 금괴 등의 위조를 방지할 수 있는 기술이 나왔다.
한국기계연구원은 노지환 책임연구원(교수)팀이 레이저로 제품에 직접 미세한 무늬를 새기고, 이를 판별해 진품 여부를 구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노 교수는 “두 개의 레이저 빔을 중첩하면 제품에 10㎛(마이크로미터, 100만 분의 1m) 수준의 미세한 홈을 0.1초 동안 100개 이상 새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껏 레이저 빔의 회절 한계로 이런 수준의 미세한 패턴을 새기기는 어려웠는데, 정교한 광학 설계로 이를 가능케 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연구진은 이 패턴을 인지하는 검출기도 제작했다. 제품을 취급하는 곳에 비치해 고객에게 진품 여부를 즉석에서 확인해줄 수 있다. 제작비는 10만원∼100만원 정도다. 연구 결과는 국내 특허로 등록했고 미국 특허도 출원한 상태이며 현재 국내 중소기업인 덕인과 함께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노 교수는 “이 기술이 실생활에 적용되면 위·변조품의 유통 위험을 줄이고 건강한 시장질서 유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