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Mnet ‘슈퍼스타K 시즌 6’에서 슬리퍼를 신고 등장했던 네 명의 고등학생은 이제 어엿한 데뷔 2년차 가수가 됐다. 팀 이름 역시 북인천나인틴에서 보이스퍼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보이스(Voice)와 위스퍼(Whisper)의 결합으로 탄생한 단어인 보이스퍼는 달콤하고 아름다운 하모니를 들려주겠다는 뜻처럼 ‘그대 목소리로 말해줘’, ‘여름감기’, ‘넌 지금 어디에’ 등 작년 한 해 다양한 노래로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그로부터 약 8개월의 공백을 거친 보이스퍼는 미디엄 템포곡의 ‘반했나봐’라는 새로운 옷을 차려입고 대중과 만났다. 보컬그룹이라는 이름이 주는 왠지 모를 무게감과 우울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22살 나이에 맞는 청량하고 밝은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데뷔할 당시에도 보컬그룹이지만 굳이 영역을 한정짓지 않고 많은 이야기와 장르를 통해서 인사를 드리겠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어요. 작년 여름에는 ‘여름감기’를 통해서 이사를 드렸다면 이번에는 저희만의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많은 고민을 했어요. 이번 타이틀곡 ‘반했나봐’는 듣기도 편하면서 저희의 밝은 모습을 동시에 보여드릴 수 있는 노래에요”(대광)
“흔히들 보컬그룹이라고 하면 많이들 떠올리시는 고정된 이미지가 있잖아요. 저희는 그 이미지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고 조금 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저희가 우울한 노래도 많이 했지만 절대 우울하지 않거든요. 저희의 밝은 모습과 함께 음악적으로도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강산)
이와 함께 보이스퍼는 곡 분위기에 맞게 데뷔 후 처음으로 안무까지 선보였다. 그야말로 ‘도전’이었다. 누군가가 보기에는 다소 율동에 가까울 가벼운 안무일지도 모르겠지만, 보이스퍼 멤버들이 체감하기에는 아이돌의 칼군무 같은 느낌이었다고.
‘비글미’라고 팀을 소개했을 만큼, 대답마다 유쾌하고 밝은 분위기를 내뿜는 보이스퍼 멤버들을 보고 있자니 그동안 어떻게 이 에너지를 억누르고 지내왔나 싶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번 타이틀곡 ‘반했나봐’는 계절로 보나 멤버들의 이미지로 보나, 그야말로 딱 들어맞는 선택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보이스퍼가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이미지에만 치중한 것은 아니다. 와일드한 록발라드나 고음을 주로 담당하는 대광, 감성적인 보컬이나 중저음대에 강한 광호,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따뜻한 음색의 충기, 화음의 중추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리드미컬한 음악을 소화하고 있는 강산까지, 네 명이 만들어 내는 화음 역시 한층 성장했다.
그 성장이 더욱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것이 바로 ‘반했나봐’와 함께 이번 앨범에 실린 ‘지난 날’이다. 1987년에 유재하가 발표한 이 곡을 1996년에 태어난 보이스퍼가 자신들만의 감성으로 새롭게 표현해냈다.
굳이 지금 이 순간에 리메이크라는 것이 다소 의외였지만, 음악성을 놓지 않으면서도 앨범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곡으로는 ‘지난 날’이 그야말로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항상 데뷔 때부터 대선배님의 노래를 한번쯤은 커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이번에 좋은 기회가 돼서 불러볼 수 있게 됐어요. ‘반했나봐’와 어울리면서도 편하게 들으실 수 있는 곡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던 중에 ‘지난 날’이 떠올랐어요. 워낙 유명한 노래다보니 여기에 저희 색깔을 넣을 수 있을까 고민을 했는데, 이 작업을 통해서 저희 역시 공부된 것도 많고 성장한 것도 많은 것 같아요”(대광)
“이 곡을 직접적으로 들은 세대는 아니지만, 실용음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유재하, 김광석, 이문세 선배님들의 노래를 안부를 수가 없어요. 선배님들의 명곡이 정말 많아서 고르는 게 힘들었는데, ‘반했나봐’와 잘 어울리는 곡을 찾다보니 고등학교 때 많이 듣고 불렀던 ‘지난 날’을 떠올리게 됐죠”(강산)
이어지는 대화 속에서 보이스퍼가 거듭 강조하는 것은 ‘듣기 편한’이었다. 이제는 ‘척하면 척’할 정도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된 네 친구들의 모습처럼, 대중에게 각인되는 보이스퍼의 음악 역시 그저 편하고 친근한 이미지였으면 좋겠다고. 비록 아직은 사회 초년생이자 신인이지만, 자신들이 점점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대중이 함께 지켜봐주고 응원해주었으면 하는 것이 바로 보이스퍼의 바람이다.
“자전거를 타면서 선선한 바람을 쐬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저희 음악을 들으셨을 때 여유나 휴식을 얻는 것 같은 느낌을 전해드리고 싶었어요. 대중적으로 다가가면서도 음악성도 포기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데뷔할 때는 많이 서투르기도 했지만,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난만큼 저희도 많이 성장한 것 같아요. 지금도 계속 성장하는 과정이고요. 늘 좋은 퀄리티의 음악을 보여드리기 위해서 노력하는 중입니다”(강산)
/서경스타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