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경매 제도개편,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





최근 경매 입찰에서 ‘0’을 하나 더 쓰는 실수 등으로 인해 입찰보증금을 날리는 비용이 연간 800억원 이상이라고 한다. 지난 2016년 연간 총낙찰액이 2조2,000억원임을 감안해보면 전체 3.6%에 달하는 금액이 실수로 인해 사라지는 것이다. 물론 고의로 경매를 방해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기는 하지만 비용이 과다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2002년 민사집행법에 따라 경매제도가 대폭 개선되면서 낙찰 잔금 지급기한을 정한다거나 인도명령 대상을 모든 점유자로 확대해 명도의 편의성을 높이고 항고보증금 제도를 신설하는 등 경매 대중화에 큰 역할을 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어느덧 15년이 지나면서 현행 경매제도의 취약점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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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입찰 자체가 어렵다. 우리 법원은 기일입찰 제도를 주로 이용하고 있다. 기일입찰이란 정해진 날짜에 직접 경매 법정에 나가 입찰표를 제출하는 방식이다. 직장생활을 하는 평범한 소시민이라면 평일에 시간을 내서 기일입찰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일 수 있다. 경매와 비슷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경우 인터넷 입찰을 시행하고 있는 것을 봤을 때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전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법원 일각에서 이런 논의를 검토하고 있다는 그 어떤 소식도 들은 적이 없다.

이외에도 조세채권의 법정기일을 공개하지 않아 예상치 않았던 조세가 우선 배당되면서 다른 채권자나 낙찰자가 예상하지 못한 피해를 입는 경우도 많이 있으며 각 지방법원마다 저감율이나(서울 20%, 경기·인천 30%) 재매각 입찰보증금의 할증 비율 등도 제각각이다. 일반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유치권도 정작 인적사항은 기재하지 않고 우편접수를 허용해 80~90%는 허위로 판명되기도 한다.

경매는 법률에 따라 진행되는 과정이고 재산이 얽혀 있는 것인 만큼 신중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각종 경매 관련 제도들은 사람이 아닌 법원 행정의 편의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은 아닐까. 경매가 대중화되고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입찰을 하게 될 경우 채권 회수액은 증가하고 행정 소모 및 비용은 감소하는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사람이 존중받는 시대를 위해 이제 경매 참여자의 편의를 중심으로 경매 제도개편 논의를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지 제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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