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6개월 딜레마에 빠진 법원

이재용 사회부 차장



‘세기의 재판’으로 불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의 결심 공판이 다음달 4일 열릴 예정이다.

결심 공판에서는 특검의 구형과 변호인의 최종 변론, 피고인의 최후 진술이 진행된다. 통상 결심 공판 2~3주 뒤 선고 공판이 열리는 점을 고려하면 이 부회장에 대한 1심 선고는 오는 8월 중순께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재판 일정은 이 부회장의 구속기간이 8월27일 종료되는 점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은 1심의 구속기간을 최대 6개월로 정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92조는 “구속기간은 2개월로 하고 구속을 계속할 필요가 있는 경우 심급마다 2개월 단위로 2차에 한해 결정으로 갱신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지난 2월28일 구속기소된 이 부회장은 8월27일이 지나면 석방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

이에 재판부가 이 부회장의 구속기간이 끝나기 전에 선고를 내리기 위해 재판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칫 구속기간이 만료된 이 부회장이 구치소에서 풀려나 자유로운 몸으로 재판을 받게 될 경우 불거질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한 것이라는 게 법조계 안팎의 해석이다.


하지만 만약 재판부가 이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면 이는 구속기간을 최대 6개월로 정한 형사소송법의 취지를 잘못 해석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구속기간을 최대 6개월로 못 박은 것은 피고인의 구속이 장기화해 신체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지 구속기간 안에 재판을 끝내라는 취지가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로 6개월의 구속기간 안에 재판을 끝내려는 일선 판사들의 관행에 우려를 나타내는 고참급 판사들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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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문제는 이 부회장 재판뿐 아니라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박 전 대통령의 1심 구속 만기는 10월16일로 앞으로 3개월밖에 남지 않아 재판 일정이 빠듯하다.

더구나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재판은 세기의 재판답게 증인과 증거가 방대해 시간에 쫓겨 결론을 내리면 재판의 정당성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우리 헌법은 무죄 추정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고 형사소송법은 불구속 수사·재판을 원칙으로 한다.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역시 이 같은 원칙에서 예외일 수 없다. 이들이 정부와 경제계의 정점에 있었다는 이유로 특혜를 받아서는 안 되지만 반대로 여론을 의식해 불이익을 받아서도 안 된다. 시간과 여론에 개의치 않고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을 충분히 증명해 판결을 내리는 것이 사법부 본연의 역할이다.

jylee@sedaily.com

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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