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영 서울대 생명공학부 교수의 추천 책은 지난 2015년 말 출간돼 한동안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유발 노아 하라리 교수의 ‘사피엔스(김영사)’다.
갓 마흔이 넘은 이스라엘 출신의 이 역사교수는 약 7만년 전 호모사피엔스종이 지구상에 나타나 문화를 만들고 역사를 개척하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긴 이야기를 한 권에 풀어내는 쉽고도 놀라운 문장력으로 세계의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술술 읽히는 글보다 더 마음을 끄는 것은 장구한 역사를 관통하는 저자의 비상한 통찰이다. 하라리 교수는 인류학·경제학·생물학·심리학·철학 등의 다양한 학문을 종횡무진 오가며 현생 인류가 어떻게 다른 종을 이기고 지구의 유일한 승자로 자리매김했는지에 대해 명쾌한 분석을 시도한다. 혹자는 그의 분석이 기존의 역사·철학·인문서를 총망라한 수준에 불과하다고 낮춰 말하지만 전 인류의 역사를 몇 개의 키워드로 설명해낸 시도는 이전에 없었다.
윤 교수가 ‘사피엔스’를 추천하는 것은 바로 하라리 교수의 이 같은 분석적 시도가 자연과학이 추구하는 점과 맞닿아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윤 교수는 “자연과학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현상들 속에서 새로운 발견을 시도하거나 혹은 겉으로는 다르게 보이는 현상들을 지배하는 일반적 원리를 발견하는 것을 추구한다”며 “이런 측면에서 유발 하라리는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인류의 역사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동시에 그 사건들을 관통하는 일반원리를 발견하려 노력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주어지는 문제를 잘 푸는 데 급급하기보다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아직 발굴되지 않은 문제를 새롭게 제시하는 일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 책”이라며 “매우 사회과학적인 책이지만 자연과학자들에게도 분명히 영감을 줄 것으로 여겨진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