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후 19일 처음으로 열린 여야 대표와의 회동은 제1 야당 대표의 불참으로 빛이 바랬지만 내용으로만 보면 청와대와 야당의 ‘윈윈’으로 끝이 났다.
청와대는 추가경정예산안과 정부조직법 국회 통과의 활로를 마련했다. 야당도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 공무원 증원 예산 감축 등에 대해 “야당의 지적을 수용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답을 받아들면서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가 청와대를 다녀와 기자들에게 브리핑한 내용을 종합해보면 발언 여기저기에서 야권의 만족감이 드러난다. 이 대표는 브리핑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한다는 목표에는 찬성하지만 속도와 방법을 신중하게 조절해나가야 한다고 대통령에게 건의했다”며 “대통령은 이번 1년 해보고 속도를 조절해야 할지, 아니면 이대로 가도 될지에 대해 결론을 내겠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소상공인 대책 마련을 문 대통령에게 요구했다”며 “문 대통령은 소상공인과 영세기업의 지원 대책을 연말까지 마련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는 업계와 시장에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이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는 신호를 준 것으로 해석된다. 2018년도 최저임금이 16.4% 인상되면서 향후 3년간 비슷한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연 평균 15% 이상의 인상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날 회동에서 문 대통령이 속도 조절을 시사함으로써 중소 상공인과 시장의 큰 우려를 한풀 잠재운 것으로 평가된다.
추경 통과의 걸림돌인 공무원 추가 증원 예산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이 한발 물러나면서 추경 처리의 길이 열렸다. 이 대표는 “문 대통령이 추경 중 1만2,000명 공무원 지원 예산 80억원을 통과시켜달라고 했다”며 “그러면 좋겠지만 국회가 해주시는 만큼이라도 부탁한다는 말을 했다”고 설명했다. 80억원 전액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국회 합의를 통해 공무원 예산 증원 규모를 조절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 역시 이번 회동을 통해 야권과의 신뢰를 쌓고 한미 정상회담과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의 성과를 알리는 목적을 달성했다.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문제에 대해 재협상이 아닌 일부 수정인 점을 명확히 했고 군사회담과 적십자회담 개최 제안 등 미국이 동의해준 대북 대화 주도권을 설명하면서 향후 야당의 공세 수위를 낮출 수 있는 자리가 된 것으로 평가된다.
또 신고리 5·6호기 잠정 중단 결정에 대해서도 “제 공약은 완전 중단이었지만 공론화 과정을 거치기 위해 잠정 중단을 한 것”이라는 대통령의 설명이 이어지면서 절차적 정당성을 지적하는 야당의 비판을 누그러뜨린 것으로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