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서울경제TV] 금융권 가던 길 멈추고 ‘文워크’



[앵커]

오랜 저금리 상황에 돈 벌기가 어려워진 금융권은 지난 몇 년간 여러 비판을 받으면서도 수익성 끌어올리기에 역량을 집중해왔습니다.


대표적으로 은행권은 대규모 희망퇴직과 함께 신규 채용문을 걸어 잠갔고, 보험업권은 운용수익을 내기 어려워지자 손해율을 낮추는 노력과 함께 아예 보험료를 올려왔습니다.

그런데 새 정부 들어서 다시 채용을 확대하고 가격을 낮추는 등 지난 몇 년과는 반대 방향으로 가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금융권이 지나친 정부 ‘눈치보기’를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오는데요. 자세한 얘기 정훈규 기자와 나눠보겠습니다.

[앵커]

Q. 정기자, 우선 은행권부터 얘기를 해보죠. 최근 몇 년간 있던 직원도 내보내고 신규 채용도 줄이면서, 고용에 소극적이었는데, 새 정부 들어 돌변하는 모습인데 어떻습니까?

[기자]

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우리은행의 대규모 채용 확대 계획입니다.

우리은행은 올해 지난해 2배 수준인 600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상반기에 200명을 채용했으니까, 하반기에 400명을 더 뽑겠다는 겁니다.

은행권에서 과거에는 이보다 더 많이 채용한 적도 있지만, 최근 사례와 비교하면 상당히 많은 인원인데요.

지난해 하반기 국민은행의 채용 규모가 240명이었고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150명 정도였습니다.

또 국민은행은 지난달 개최한 12회 KB굿잡취업박람회에서 처음으로 하반기 채용과 연계한 현장면접을 진행했는데요.

이 박람회는 구인기업과 구직자를 국민은행이 연결해주는 자리로 자체 채용과 연계한 적은 지난 11회 동안 한 차례도 없었습니다.

이 역시 일자리에 방점을 둔 새 정부 정책에 발맞춘 변화로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앵커]

Q. 정부 눈치를 봤다 한들 청년실업을 고려할 때 계속 줄어만 가던 채용규모가 다시 늘어나는 것은 환영할 일로 여겨지는데요. 나쁘게 볼 여지가 있습니까?

[기자]

네, 업계에서는 우리은행의 600명 채용 계획을 두고 “질러도 너무 질렀다”하는 말이 나오는데요.


그동안의 비용절감 노력을 되돌릴 수도 없고, 일자리 창출을 압박하는 새 정부 정책을 무시할 수도 없어 고민인데, 우리은행 채용계획이 부담을 더 키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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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대부분의 은행이 하반기 채용 확대 계획을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지 못 하는 이유기도 한데요.

은행들이 그동안 동료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아픔을 겪으면서까지 인원감축을 한 것은 단순히 수익 좀 더 내보자고 한 것은 아닙니다.

비대면 거래 확대 등 금융환경 변화에 따른 불가역적인 측면이 있는데요. 과거만큼 창구에 많은 직원이 필요하지 않게 된 겁니다.

최종구 신임 금융위원장도 지난 청문회에서 은행 채용 감소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고, 앱 개발자 등 기존과는 다른 영역에서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특히 은행들이 새 정부 들어 채용 확대를 얘기하고 있지만, 동시에 점포 축소는 계속 진행되고 있는데요.

앞으로 확대된 채용 규모를 유지할 것이 아니라면 이번 기수의 승진 문제나, 현 은행권의 고민거리인 항아리 형 인력구조 문제가 재발할 수 있습니다.

[앵커]

Q. 은행권이 새 정부 등장 이후 채용에 대한 자세를 바꿨다면, 보험사들은 줄줄이 올리던 자동차보험료를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보험사들이 갑자기 입장을 바꾼 이유는 뭡니까?

[기자]

네, 새 정부 들어 동부화재와 메리츠화재, 한화손해보험 세 곳이 자동차 보험료 인하를 결정했습니다.

보험사가 받는 보험료 대비 고객에게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인 손해율이 낮아져 수익성에 여유가 생겼다는 설명인데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손해율 좀 낮아졌다고 보험료를 낮출 수 없다고 버티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입니다.

이는 보험료에 대해 서민의 부담을 줄이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새 정부 분위기에 맞춘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손보업계에 2000년부터 쌓여온 자동차보험 누적적자는 지난해 10조원을 넘어섰습니다.

이 때문에 지난 몇 년간 손보사들은 손해율을 낮추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습니다.

고액의 대차 비용을 줄이기 위해 렌터카 나 수입차 업계와 갈등을 빚기도 했고, 손해율의 분모인 보험금을 아예 올려받기도 했습니다.

지난해만 해도 KB손해보험 3.5%, 현대해상2.8% 등 주요 손보사들이 자동차 보험료를 일제히 인상했습니다.

이 결과 지난 1분기 만년 적자 사업인 자동차보험에서 900억원대 흑자를 기록했는데요.

하지만 통상 장마철과 여름 휴가철 사고율이 높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도 연간 기준 흑자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제 막 손해율 개선 노력의 효과를 보기 시작한 셈이지만, 정부 눈치를 보느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알아서 보험료를 낮추고 있는 겁니다.

정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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