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4년 미국 포드자동차가 노동자의 급여를 5달러로 2배 이상 올리고 8시간 근무제를 도입했습니다. 3년 후 소련에서 볼셰비키 혁명이 일어났고 사회주의 물결이 전 세계로 퍼져나갔지만 미국으로는 유입되지 않았습니다. 바로 포드의 정책 덕분입니다. 시대적 요구에 부응한 한 회사의 결단이 한 국가의 운명을 바꾼 것입니다.”
철학자인 도올 김용옥 한신대 석좌교수가 기업인들에게 ‘나눔’의 화두를 던졌다. 달라진 사회적 요구에 응답하고 대의를 실현하는 기업인들이 바로 이 시대의 군자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20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42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기업인의 길, 새로운 한국의 미래’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에 나섰다. 김 교수가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강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시간 가까이 이어진 강연에서는 수차례 박수가 터져 나왔다. 김 교수는 ‘봄날은 간다’를 열창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기업인들이 달라진 시대적 요구에 답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는 “옛날 우리나라에 성씨 마을이 있던 시기에는 문중의 큰집인 종가가 마을의 중심을 잡아줬다”며 “현대사회에서는 직원이라는 거대한 조직을 거느린 기업이 우리 사회의 종가이고 기업을 이끄는 상공인들이 종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종손 입장에서 궁극적 가치인 돈이 아니라 사회와 국가, 전 인류를 위한 가치를 생각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며 “유학에서 말하는 대의를 실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기업인들이 사회에서 책임 있는 존재로 국민을 이끌어가고 국민과 더불어 살면서 존경받고 책임을 다하는 사람들로 거듭나야 하는 시기”라며 “(포드처럼) 가치를 순환시키는 셰어링(나눔)으로 대의를 실현하자”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자신의 저서 ‘도올의 로마서 강해’를 인용해 예수의 죽음과 부활이 이 시대에 갖는 의미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를 지배해온 가치관으로부터 해방되는 진정한 죽음이 있어야 달라진 대한민국이라는 부활이 가능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 교수는 “과거 기업들이 정부의 일방적 기획을 열심히 따라가기만 하고 돈만 벌면 되던 시대는 지나갔다”며 “스스로 경제 및 문화 개혁을 어떻게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김 교수는 “이런 자리를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가자”고 당부했다.
김 교수는 남북 분단의 역사에 대해서도 강연했다. 그는 “남북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면 결국 경제문제도 풀지 못한다”며 “남과 북이 다름을 이해하기 위한 활동이 필요하며 기업인들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귀포(제주)=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