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는 글렌 허바드 컬럼비아대 교수와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가 지난 18일(현지시간) 존 코건 스탠퍼드대 교수와 함께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후버연구소를 통해 공동 발표한 논문에서 올해 미국이 3%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허바드·테일러 교수와 워시 전 이사는 트럼프 정권 출범 이후 차기 연준 의장 후보 물망에 오른 경제학자들이다. 허바드는 컬럼비아경영대학원 학장이자 2012년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주지사의 경제보좌관을 지냈으며 테일러는 재무부 차관 출신이다.
이들은 ‘더 높은 경제성장의 가능성에 대해(On The Prospects For Higher Economic Growth)’라는 5쪽짜리 논문에서 기업 감세, 인프라 투자 등을 골자로 한 트럼프노믹스가 제대로 작동하면 미국의 성장을 갉아먹어온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노믹스 효과가 전체 생산성을 2%가량 높이면서 정부가 목표로 삼은 경제성장률 3% 달성도 가능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지난해 미국 경제성장률은 1.6%였으며 미 의회예산국(CBO)이 전망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8%다.
이들은 1970년대 생산성이 급격히 하락한 반면 1980·1990년대에 반등한 것은 적절한 정책 덕분이었다며 지난 10년간 노동시간당 재화와 서비스 생산성이 급격하게 저하된 것은 “고율의 세금, 노동시장 규제, 부채에 의존한 공공지출, 명확한 통화정책 부재 등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트럼프 정부의 규제개혁들이 효과를 내면 노동생산성이 2% 향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트럼프노믹스가 경제성장의 또 다른 걸림돌로 꼽히는 고용 문제도 풀 수 있다면서 법인세를 35%에서 20% 이하로 대폭 낮추면 기업들에 장기적인 성장에 대한 믿음을 주고 투자의욕을 고취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주장은 13일 옐런 의장이 상원에 출석해 3% 성장 달성이 어렵다고 밝힌 것과 대조적이다. 그는 상원 은행위원회 증언에서 “약물남용 등의 문제로 노동시장 참여율이 떨어지고 생산성도 둔화돼 3% 성장이 어렵다”며 “3%를 달성하려면 생산성 증가율이 2%를 넘겨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일부 외신들은 ‘포스트 옐런’ 후보로 주목되는 이들이 트럼프 정권의 정책을 비호하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옐런 후임을 둘러싼 레이스의 신호탄”이라는 평가와 함께 옐런 의장의 임기가 다가올수록 각 후보의 입장에 대한 시장의 평가도 본격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는 옐런의 연임, 현 정권 실세로 불리는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의 등용이 유력한 시나리오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