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퇴근길, 학생들의 손에 들린 검은색 핫도그를 봤다. 핫도그가 검은색이라니.
요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명랑핫도그’가 ‘청년창업협동조합’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적을 것이다. 돈도 경험도 적은 청년들이 머리를 맞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고 공동생산으로 가격도 낮췄다. 먹물 반죽에 모차렐라 치즈가 우리의 친구 핫도그로 변신한 것이다. 여기에 정부의 공동 브랜드 사업 지원을 받아 브랜드 이미지까지 구축한 참 똑 부러진 청년들이다.
이처럼 ‘협동조합’은 우리나라 속담처럼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고 협동조합은 1만여개 넘게 설립됐다. 3년 생존율이 93.1%로 소상공인 생존율보다 훨씬 좋은 모습을 보인다. 이는 분명 ‘선택’과 ‘집중’으로 대변되는 경쟁체제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모든 협동조합이 잘되는 것은 아니다. ‘백지장은 맞들면 찢어진다’는 우려도 있다.
빨리 성공하지 못했다고 조급해하거나 조금 성공했다 싶으면 눈앞의 이익 배분만 챙기다 판이 깨진다. 구성원들이 해야 할 일에 무관심하니 이사장 혼자만 애가 탄다. 제 궤도에 들어가려면 공동사업 확장이 필요한데 자금 확보 역시 쉽지 않다.
어떻게 하면 모두가 답을 찾을 수 있나. 그동안 성공한 협동조합들을 들여다보니 비법은 아주 간단했다. 그것은 ‘협동조합의 기본 이념 충실히 이행하기’였다. 협동조합 7대 원칙은 △자발적이고 개방적인 조합원 제도 △민주적 관리 △경제적 참여 △자율과 독립 △교육·훈련 및 정보 제공 △협동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막상 지키기는 어렵다. 조합원이 한마음으로 이 원칙들을 지켜간다면 성공의 바른길, 성장하는 협동조합이 만들어질 것이다.
또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이익을 우선하는 공동 생산·판매를 하고 있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이에 협동조합의 자금 상환 가능성을 높게 보기 어려우니 시중 은행은 선뜻 자금을 내주기 어렵다. 정부는 이러한 협동조합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정책자금을 지원하기로 방침을 정한 바 있다. 더불어 소상공인진흥공단도 함께 방안을 찾고 있으니 오래지 않아 바람직한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본다.
세계는 이제 ‘혼자 잘사는 시대’가 아닌 ‘상생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아직 국내 협동조합에 대한 정책적 지원기간은 짧지만 한국인 고유의 두레 정신으로 차별화와 고급화를 이뤄내고 가격경쟁력을 갖춘다면 협동조합의 미래는 밝다. 결국 서두로 다시 돌아가 ‘백지장도 맞들면’이라는 질문에 답을 한다면 역시 ‘낫다’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