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박찬호 부장검사)는 20일 이모(57) KAI 경영지원본부장을 불러 조사했다. 검찰이 이 본부장을 불러 조사하면서 예의주시하고 있는 부분은 그가 하성용 대표의 비리를 돕거나 방조했는지 여부다. 이 본부장은 경영지원실장 등 요직을 거친 인물로 검찰은 그가 하 대표의 각종 비리를 뒷받침해온 측근 가운데 한 명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이 윗선 수사에 본격 착수한데다 하 대표가 이날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하 대표 소환이 이르면 다음주 중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법조계 안팎에서는 KAI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가 마무리되면 검찰의 칼날이 비자금 사용처나 연임 로비 여부 등으로 옮겨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비자금 조성 의혹이 수사의 첫 단추로 최종 목표는 전 정권의 실세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KAI가 수리온, T-50, FA-50 등을 군에 납품하는 과정에서 원가 항목인 개발비를 부풀려 챙긴 수백억원대 부당이득이 하 대표의 연임 등 로비에 쓰였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수사 타깃이 뒷돈을 받거나 지연·학연 등으로 엮인 전 정권 윗선으로 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자금 조성→사용처→로비’ 등 의혹으로 이뤄지는 순차 수사다. 19일 검찰 관계자가 “연임·상품권 로비 등이 차후 문제”라고 밝힌 부분도 앞으로 있을 수사를 염두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비자금 조성은 말 그대로 수사의 첫 시작 단계로 최종 수사는 로비 대상으로 꼽히는 전 정권의 실세일 가능성이 높다”며 “KAI를 둘러싼 상품권 로비나 하 대표의 연임 로비 등 각종 의혹과 관련해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KAI는 지난 2013년부터 2년간 52억원 가량의 상품권을 구매했으나 이 가운데 일부는 사용처가 불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당시 사들인 상품권 가운데 일부가 군 장성 로비에 쓰인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특히 그 과정에 A사가 개입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내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별다른 매출이 없던 이 회사가 KAI 협력업체가 된데다 대표가 전직 군 장성 출신이라는 이유에서다. KAI가 아닌 다른 기업을 창구로 군 장성에 대한 상품권 로비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심이다. 아울러 검찰은 하 대표가 연임하는 과정에 전 정권 실세들이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