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기자동차가 빠른 속도로 대중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래가는 고용량 이차전지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흑연보다 용량이 큰 소재가 필요하다. 실리콘 음극은 상용화된 흑연 음극보다 5배 이상의 리튬 이온을 저장할 수 있다. 또 풍부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차세대 음극 소재로 각광 받고 있다. 하지만 충전 및 방전 중에 약 300%의 부피 변화를 겪게 되고, 이로 인해 전극이 붕괴 되어 급격히 수명이 단축된다. 때문에 실리콘 전극은 충전, 방전을 수 십 회 이상 반복하기 어려워 상용화 되지 못하고 있다.
최장욱·코스쿤 알리 한국과학기술원(KAIST)교수 연구팀이 분자 도르래 구조를 실리콘 전극에 적용해서 이차전지 수명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고 미래창조과학부가 20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2016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분자 도르래 구조를 최초로 도입했다. 연구팀은 분자 수준의 움직도르래 바인더를 개발, 실리콘 음극의 수명이 줄어드는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했다. 움직도르래는 도르래의 개수에 비례하여 줄에 걸리는 장력이 크게 낮아진다. 동일한 원리로 분자 도르래 바인더는 실리콘 입자의 팽창에 의해 바인더에 걸리는 장력을 크게 감소 시킨다. 뿐만 아니라 400%까지 늘어날 수 있는 우수한 탄성 특성을 가졌다. 이러한 원리로 분쇄된 실리콘 입자를 효과적으로 응집하여 전극으로부터의 이탈하는 것을 최소화함으로써 전극의 내구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이다.
연구결과, 탄성이 높은 분자도르래가 실리콘 전극을 안정적으로 잡아줘서 부피 팽창이 500회 이상 반복해도 실리콘이 부서지거나 전극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전극 용량도 상용 수준인 제곱센티미터(㎠)당 3밀리암페어아워mAh)를 유지했다. 이는 현재 IT 기기에 쓰이는 리튬이온전지의 수준을 웃도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최장욱 교수는 “이 연구는 지난 해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분자 구조가 고용량 이차전지 소재 개발에 최초로 적용된 사례”라면서 “미래 전기자동차용 이차전지의 핵심 전극 기술로 적용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미래창조과학부 기초연구지원사업(개인연구)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번 연구 내용은 세계적 학술지 사이언스 21일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