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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①] 동하, ‘신들린 연기’를 완성시킨 디테일…연기의 꽃을 피우다

“신들린 연기요? 과찬의 말이에요. 제가 ‘수상한 파트너’에서 한 일은 없어요. 만약 ‘수상한 파트너’에서 제 연기가 좋아보였다면, 모든 건 함께 해준 스태프들과 배우들 덕분입니다. 하하”

배우 동하의 얼굴에 다시금 웃음꽃이 피어났다. SBS 수목드라마 ‘수상한 파트너’에서 ‘최대 수혜자’로 불렸던 동하였지만, 한동안 그의 얼굴에서 환한 미소를 찾아보기 어려웠던 것이다.




사진=조은정기자사진=조은정기자


‘냉혹한 연쇄살인마’의 가면을 벗고 드러난 동하의 민낯은 무척이나 밝고 명랑했으며, 또한 겸손했다. 상대방을 향한 웃음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미소를 불러 일으켰으며, 연기에 대한 확고한 신념은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주어지는 생각 ‘이 배우 진짜다’

주위에서 쏟아지는 연기칭찬이 아직은 낯선 듯 동하는 “아직도 부족한 것이 많다”며 자신을 낮추기 바빴다.

“제가 한 건 아무것도 없어요. 모든 것은 감독님의 힘이자, 배경 음악이 주는 힘이죠. 하하”

아무리 연기를 잘하는 동하라고 해도, 정현수라는 인물로 캐스팅 된 것은 다소 의외로 다가왔다. 그도 그럴 것이 전작인 KBS2 드라마 ‘김과장’에서 동하는 철도 없고 위아래도 없지만, 좀 모자란 구석이 있는 미워할 수 없는 허당 재벌 2세 박명석을 선보인지 불과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3개월이라는 결코 길지 않은 시간동안 동하는 박명석을 지우고 연쇄살인마 정현수를 선보이면서 ‘연기변신’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촬영을 시작하기 전 박선호 PD님으로부터 ‘정현수라는 역할을 기를 잘 하는 사람이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저는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했고, 부담보다는 전율이 왔어요. 그때 저를 믿어주신 분들을 실망시켜드리지 않도록 신나고 재미있게 작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죠. (웃음)”

사진=조은정기자사진=조은정기자


동하가 ‘수상한 파트너’에 출연을 결심한 가장 큰 계기는 좋은 사람들과의 작업과 더불어 자신을 향한 박선호 PD와 강기영 작가에 대한 신뢰였다.

“미팅 당시 박선호 PD님께서 자신은 물론이고 작가님께서도 제 전 작품을 많이 보셨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저에 대해서 잘 아시고 인도해 주실 분이라는 생각을 했죠. 미팅을 통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정말 좋은 분이신 만큼, 즐겁게 촬영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하하.”

동하는 정현수를 만들어 나간 비화로 ‘강박증’을 꼽았다. 아주 작은 물체가 흐트러졌는데도 발견을 하는 정현수를 연기하면서 ‘말도 안 되는 설정’이라고 느낀 동하는 박선호 PD에게 ‘어떻게 사람이 미묘한 변화를 0.5초도 안 보고 파악을 하냐’고 물어보았고, 이에 돌아온 대답은 ‘정현수에게는 결벽증, 강박증이 있다’는 것이었다.

“박선호 PD님의 말을 듣고 난 이후 정현수에 대해 조금 더 알겠더라고요. 실제 결벽증이 있거나 강박증이 있으면 작은 오차가 있어도 참지를 못한데요. 물론 극중 정현수는 심한 정도는 아니지만, 작은 오차도 못 견디는 거죠. 그래서 후반부에 압수수색을 하겠다며, 신발을 신고 집안에 들어오는 검사들을 향해 ‘신발을 벗고 오라’는 말을 할 수 있는 거예요. 아무리 심각한 상황이지만, 강박증이 있는 정현수로서 그걸 그냥 보고만 넘길 수 없었던 거죠. 대본에 있었냐고요? 아뇨, 애드리브였어요. (웃음) 이거 말고도, 정현수가 강박증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디테일을 살린 것들이 몇 가지가 있어요.”


극에서 정현수는 사건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었다. 은봉희(남지현 분) 전 남자친구 장희준(찬성 분)을 살해한 뒤 이를 은봉희에게 뒤집어 씌웠으며, 이후 셰프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자 그녀를 변호사로 지목한 것이다. 강렬한 증오와 복수심을 선량한 얼굴 뒤에 숨긴 정현수는 자신의 첫사랑을 강간한 뒤 자살로 몰아넣은 가해자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살해를 펼쳐나갔다. 아니 그렇다고 믿고 있었다. 노지욱(지창욱 분) 검사가 정현수 또한 가해자 중 한명이자 방관자라는 사실을 알리기 전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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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은정기자사진=조은정기자


‘수상한 파트너’의 핵심키워드 중 하나는 바로 ‘기억왜곡’이었다. 동하는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로 기억이 왜곡돼 살인을 저지른 정현수가 노지욱으로 인해 기억을 되찾은 후 일어나는 복잡한 심리의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해 나갔다. 마치 동하 그 스스로가 정현수인 것처럼 말이다.

정현수라는 쉽지 않은 인물을 디테일하게 잡아나간 동하에게 혹시 연기를 위해 모티브로 잡은 인물이나 사건이 있는지에 대해 물어보았다. 당연히 특정한 대상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없다고 하기에는 캐릭터를 만들어간 완성도가 무척이나 높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없다’였다.

“정현수를 연기하기 위해 모티브로 삼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어요. 저는 정현수도 그렇고, 연기를 함에 있어서 어떤 사람을 모델로 연기를 하면, 이상하게 그렇게 하면 자존심이 상하더라고요. 표절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누군가를 모티브로 하기 보다는 ‘그냥 이 사람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정현수라는 인물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 저는 대본에 없는 것들부터 분석을 했어요. 이를 테면 정현수는 어디서 태어났고 부모님은 누구이며, 어떤 유년기를 보냈고, 졸업한 학교는 어디인지 등과 같은 것들을 상상하고 만들어 나가는 거예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정현수를 연기하는 저는 살인을 하는 목적, 동기를 확실하게 설정해야 했기에 누구보다 그를 잘 알아야 했죠. 그런 과정을 따라가면서 정현수가 탄생하게 된 것 같아요.”

아무리 연기를 하는 배우 스스로가 캐릭터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고 하지만, 정현수는 어찌됐든, 연쇄살인을 했다는 점에서 상식과 도덕의 선에서 벗어난 인물이었다. 이는 보편적이지 못한 인물이라는 말인 동시에, 연기를 하기에 녹록치 않은 캐릭터라는 뜻이기도 하다.

“정현수를 연기하기가 어려웠던 것은 사실이에요. 시청자를 속인다, 다시 말하면 ‘쟤는 진짜구나’라는 믿을 수 있도록 해 공감을 불러 일으켜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적어도 연기로 거짓말을 뱉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이를 정현수에 대입했을 때 적어도 그의 입장에서는 살인에 대한 동기와 정당성, 이유가 명확해야 했다는 것이었죠. 세상에 소중한 사람이 살해를 당했고, 아무리 복수심에 불타올랐다고 해도 이를 사람을 죽이는 행위로 이어가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 연쇄살인이라면 더더욱 없겠죠. 있어서도 안 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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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하는 사람을 죽인 면서 ‘저는 옳은 일을 하는 거예요’라며 살인을 정당화한 정현수를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았다고 했다. 인간 동하로서 살인을 심판이라며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정현수를 머리로 이해해도 마음으로는 100% 공감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하는 그래서 연기를 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사람을 죽여도 당당하다, 이건 정말 말이 안 되는 것인데, 저는 말이 되는 것처럼 연기를 해야 했어요. 하지만 적어도 카메라가 돌 때 동안만큼은 말이죠. 공감을 하는 과정에서 힘들었지만, 눈을 감고 최대한 암시를 했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내 눈 앞에서 강간 살인을 당했다’고. 그렇게 연기를 하면서 저는 진짜 정현수가 돼 화가 났고, 어느 순간부터 그 사람들(가해자)을 죽인 것이 정당화되기 시작했어요.”

그렇기에 동하는 정현수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가장 놀랐을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정현수 본인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왜곡된 기억이 돌아오면서 정현수는 자신이 믿고 있는 모든 세상이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해요. 매회 모든 신이 소중했지만 연기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마지막 감옥에서 허탈하게 앉아있는 장면이었어요. 정현수는 눈물도 나지 않았을 것이고 어떠한 표정도 짓지 않았는데, 당연한 거예요. 그의 모든 것이 무너졌으니까요. 또 하나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으라고 한다면 바로 반전이 있었던 법정신이에요. 감정표현이 복잡 미묘했던 동시에, 기억으로 인해 혼란 쏟아내야 했던 장면이었죠. 왜곡된 기억이 되살아났을 때 정현수의 표정은 모든 사람을 공감케 했어야 했는데, 그게 힘들었죠.”

극중 정현수는 무기징역을 받아서 평생을 감옥에 살게 됐다. ‘감옥에서 그의 인생은 어떻게 됐을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 동하는 “무조건 자살했을 것 같다”고 답했다.

“심판을 하겠다고 사람을 죽였는데, 알고 보니 본인도 가해자 중 한 명이었다…진실을 알게 된 정현수가 과연 자신의 죄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까요?”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

금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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