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합참의장 항명 일파만파...마크롱 허니문 이대로 끝?

"유치한 권위주의, 軍 자극" 비난

국방예산 증액 약속하며 발언 번복

이달 지지율 54%...한달새 5%P↓

노동개혁 등 추진동력 상실 우려

20일(현지시간) 조종사복을 입은 에마뉘엘 마크롱(왼쪽 네번째) 프랑스 대통령이 프랑스 남서부 이스트르 공군기지를 방문해 군 장병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이스트르=EPA연합뉴스20일(현지시간) 조종사복을 입은 에마뉘엘 마크롱(왼쪽 네번째) 프랑스 대통령이 프랑스 남서부 이스트르 공군기지를 방문해 군 장병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이스트르=EPA연합뉴스




프랑스의 ‘젊은 리더십’으로 주목받으며 인기를 누려온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취임 두달여 만에 첫 위기에 봉착했다. 국방예산 삭감을 둘러싸고 군 수뇌부와 파열음을 낸 마크롱 대통령은 ‘유치한 권위주의(juvenile authoritarianism)’에 사로잡혔다는 비난에 부딪히며 주요 공약을 추진할 힘을 잃을 처지에 놓였다.


20일(현지시간) 르몽드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 남서부의 이스트르 공군기지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하며 내년도 국방예산을 18억유로 늘린 342억유로(약 44조6,000억원)로 책정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국방예산 삭감에 반발한 피에르 드빌리에 합참의장의 사임으로 적잖은 정치적 후폭풍에 직면하자 사태 수습에 나선 것이다. 앞서 그의 예산 삭감안에 따른 드빌리에 사임 사태에 대해 군 안팎에서는 “군 복무 경험이 없는 첫 번째 대통령의 오만한 결정” “(대통령의) 어리숙한 권위주의가 군의 배신감을 자극했다”는 등 강한 비난이 쏟아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군 장병들에게 “조국이 여러분들에게 빚지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국방예산 외에 다른 어떤 예산도 내년에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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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는 대선 기간 국방예산 증액 약속에서 취임 이후 8억5,000만유로(약 1조1,000억원) 삭감, 다시 증액으로 수차례나 말을 번복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례적인 대통령과 군의 마찰, 그리고 국방예산을 둘러싼 갈지자 행보는 마크롱의 리더십에 적잖은 상처를 남겼다. 소통친화적 이미지로 호감을 샀던 그가 예산삭감에 항의하는 군 수뇌부에 “나는 당신들의 상관이다. 어떤 압력도 조언도 필요하지 않다”고 윽박질렀다는 사실은 군은 물론 프랑스 사회 전반에 충격을 안겼다. 여기에 더해 마크롱 대통령이 대선 기간에 약속했던 ‘2022년까지 재정지출 600억유로 감축’ 방안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면서 정부부처를 비롯한 각계각층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미 고등교육과 연구 관련 예산 3억3,100만유로 삭감안에 대해 교사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으며 지방정부도 중앙정부의 교부금 삭감 통보에 대한 항의를 이어가고 있다. 일간 가디언 등은 그가 추진하는 노동시장 개혁은 물론 감세와 대테러법 개정안 처리 등 주요 국정과제가 동력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론도 마크롱의 ‘일방통행식’ 국정추진에 피로감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최근 BVA의 월례 국정지지도 조사 결과 7월 마크롱의 지지율은 54%로 한 달 전보다 5%포인트 하락했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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