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김남구가 이해진·박현주의 깜짝 의기투합에 이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 금융사 결합의 새로운 주인공이 될까?’
오는 27일 카카오(035720)와 한국투자금융지주가 대주주로 참여한 카카오뱅크가 공식 출범하면서 두 회사가 협업을 확대할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달 26일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와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포괄적 제휴를 발표하면서 ICT와 금융간 협업이 본격화된 만큼 카카오와 한국금융지주(071050)도 밀도 높은 협업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결국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부회장의 결단만 남은 셈이다.
23일 한국금융지주 측 고위관계자는 “카카오뱅크는 (카카오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시작점”이라며 “앞으로 다양한 형태의 협업 방안을 고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느슨한 형태로 맺어져 있던 관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겠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다. 한국투자파트너스의 한 관계자도 “카카오와 한국금융지주의 오너가 2015년 카카오뱅크 설립을 위해 직접 만나서 뜻을 모은 배경에는 2011년 투자를 통해 맺어진 인연을 무시할 수 없다”며 “이후에도 꾸준히 상호 신뢰를 쌓았기 때문에 앞으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관계가 진전될 것”으로 확신했다.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맞교환한 네이버와 미래에셋대우(006800)처럼 새로운 형태의 포괄적 제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카카오와 한국투자금융지주의 본격적인 협업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본다. “카카오는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금융 분야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고, 한국투자금융지주는 한국투자증권의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를 준비하면서 정보기술(IT) 역량 확충에 목말라하고 있다”며 “두 회사의 포괄적 제휴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카카오 내부 사정에 밝은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두 회사가 카카오뱅크의 사업안착 그리고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를 제한한 ‘은산 분리’ 규제 등을 감안해 새로운 전략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했다.
카카오와 한국금융지주의 첫 만남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당시 적자에 허덕이던 카카오에 50억원의 초기투자를 단행했다. 카카오가 1,5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때였다. 2015년 카카오는 한국투자파트너스가 투자한 김기사를 인수하면서 조언을 받았고, 지난달에는 한국투자파트너스가 카카오에서 분사한 카카오모빌리티에 260억원을 투자하는 등 두 회사는 투자를 주고 받으며 관계를 이어왔다.
김 의장과 김 부회장은 이미 2015년 직접 만나 ‘카카오뱅크’의 탄생을 이끌어낸 경험이 있다. 당시 인터넷 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앞두고 주주구성과 은산분리 규제 해소 방안 등 민감한 현안을 놓고 둘이 직접 나서서 이견을 좁혀가며 컨소시엄 구성을 완성했다. 업계에서는 김 의장과 김 부회장이 어떤 합의를 통해 새로운 ‘ICT·금융 조합’을 만들어낼 것인지 관심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