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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②] 유승호 “스스로 엄격한 편...사극실패, ‘군주’로 자신감 회복”

유승호는 스스로를 인정할 줄 안다. 계속된 연기생활에 선택과 집중을 실천, 과감히 대학 진학을 포기할 줄 알았다. 그리고 오랜 연기 경력에도 깨지 못한 캐릭터, 장르의 한계를 솔직하게 터놓기도 했다. 데뷔 18년차면 편하게 연기한다고 여유를 부릴 법도 한데, 스트레스에 곧잘 갇힌다고도 한다. 이 배우가 대중들로부터 거리감이 없는 이유다.

배우 유승호 /사진=산 엔터테인먼트배우 유승호 /사진=산 엔터테인먼트





최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카페에서 만난 유승호는 이번 ‘군주’에서 역시 “항상 현장에 가면 열정적으로 일 하려고 한다. 아무래도 작품이 잘 돼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보니 열심히 하게 된다. 주연으로서의 자세에 대한 부담감이 있기도 했다. 어떤 일이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 하려고 했다”고 참여 자세를 언급했다.

지금까지 역할 중 가장 만족스러웠던 역할 혹은 인생캐릭터가 있는지 묻자 “아직 인생캐릭터는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이번 작품을 계기로 유승호라는 배우를 확인시킬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전까지도 연기하면서 덜 완성됐다고 생각했는데, 조금은 그런 걸 덜어낼 수 있었다”고 대답했다.

“내가 약한 분야인 ‘멜로’에 도전해야겠다. 많이 느끼고 폭도 넓히고 싶다. 아직 연기에 대해 잘 모르기도 하다. 작품을 많이 해 봐야 겠다”는 유승호에게 연애 경험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몇 번 해봤다. 내 나이가 스물다섯인데 지금까지 연애를 안 해보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나만의 멜로를 보여주고 싶지 않은 마음도 조금 있는 것 같다. 아직 잘 모르겠다. 흉내는 낼 수 있지만, 진심으로 내가 느끼면서 하는 건 어려운 것 같다. 대충하는 느낌을 주고 싶지 않아서 그럴 바엔 아예 안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멜로를 못 하고 있었다”

배우 유승호 /사진=산 엔터테인먼트배우 유승호 /사진=산 엔터테인먼트


유승호가 희망하는 ‘배우’는 어떤 모습일까.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유명한 것도 좋지만, 그보다 연기를 먼저 제대로 해보고 싶다. 거기에 인기나 부가적인 게 따라오는 건 상관없다. 데뷔한 지 17년이 지났는데, 어릴 때의 연기는 말하기도 창피한 것 같다. 항상 매 작품에 들어갈 때마다 처음 연기를 하는 것처럼 연기를 한다. 경력을 신경 안 쓰고 싶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자신을 객관화시키는 것도 모자라 다소 의기소침한 면이 보였다. 이 같은 의견에 유승호는 “멜로 연기를 흉내는 낼 수 있겠지만, 내 마음이 그걸 못 받아들이겠더라. 그런 자신감을 가지기 전까진 차라리 안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 전까지는 함부로 손대지 않으려 한다. 스스로 엄격한 편인 것 같다. 언젠가는 그걸 깨야 할 텐데, ‘군주’를 하면서 자신감을 회복하긴 했다”고 터놓았다.


2000년 MBC 드라마 ‘가시고기’로 8살 아역부터 연기를 시작한 유승호는 영화 ‘집으로’에서 개구쟁이 7살 상우 역으로 단번에 존재감을 알렸고, 영화 ‘돈 텔 파파’ ‘마음이’ ‘서울이 보이냐?’ ‘4교시 추리영역’ ‘부산’을 통해 촉망받는 인재로 활약했다. 드라마로는 ‘불멸의 이순신’ ‘부모님 전상서’ ‘마법전사 미르가온’ ‘슬픈연가’ ‘에일리언 샘’ ‘왕과 나’ ‘태왕사신기’ ‘선덕여왕’ ‘공부의 신’ 등 수많은 작품이 있다. 2010년 ‘욕망의 불꽃’부터 ‘무사 백동수’ ‘아랑 사또전’ ‘보고싶다’ ‘리멤버 ? 아들의 전쟁’과 영화 ‘블라인드’ ‘조선마술사’ ‘봉이 김선달’로 완벽하게 아역 이미지를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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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역부터 줄기차게 달려온 그에게 슬럼프에 빠진 경험은 없는지 물었다. “슬럼프에 빠졌다가 금방 헤어 나오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리멤버’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살도 많이 빠졌다. 이후 1년간 쉴 때도 아무 생각 안 하려하고 사람을 안 만나려고 했다. 운동 말고 아무것도 안 하려 했다. 잠수를 탄 거다. 당시 변호사 연기를 하면서 조금만 리허설을 하면 바로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역할이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의 흥행 여부와는 상관없이 스스로가 무너져 내렸던 것 같다”

배우 유승호 /사진=산 엔터테인먼트배우 유승호 /사진=산 엔터테인먼트


“그러다 1년 정도 쉬니까 ‘해결책이 나오는 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 같아선 내가 편할 때만 연기하고도 싶지만, 현실적으로 그게 안되니까 ‘다시 한 번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군주)도 잘 안됐으면 어떻게 됐을까 싶다. 고마운 작품이다. 방법은 딱히 없다. 현장에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풀기도 한다. 남들이 보면 굉장히 이상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스태프들과 호흡이 잘 맞아서 작품이 잘 나오면 기쁘다”

“나는 집돌이 스타일이다. 지금까지 연기에 매진하는 삶이었다.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면 왠지 그 시간에도 일을 해야 할 것 같고 이러면 안 될 것 같더라. 그게 사치인 것 같았다”는 유승호에게 지금 시점에서 연기를 어떻게 하고 싶은지 물었다.



“지금까지 이미지를 어른스럽게 하고자 작품을 선택했다기보다는 작품을 선택할 때 내가 잘 할 수 있는 걸 하려 했다. 이미지 변신이 목적은 아니었다. 많은 분들이 이제는 성인 배우로 봐주시는 것 같다. 그런 걸 굳이 생각하려고 하지 않는다. 최근에 영화 ‘박열’에서 이제훈 선배의 연기를 봤다. 생각지도 못한 느낌을 받았다. 아픈 주제를 다루면서도 카타르시스로 웃을 수 있도록 표현했다. 그래서 더 깊이 와 닿았다. 이제훈 선배님을 보고 ‘진짜 연기를 잘 하시는 배우구나’ 싶었다”

과거 ‘국민 남동생’으로 불렸던 그에게 새롭게 불리고 싶은 애칭이 있을까. “그런 걸 사람들이 자꾸 얘기하니까 내가 거기에 목매는 것 같다. 지금도 사람들이 나에게 ‘집으로’의 꼬마 아이라고 해도 나는 좋다. 나를 어떻게 보셔도 나는 상관없다. 굳이 ‘나를 이렇게 봐 주십시오’하는 바람은 없다. 그냥 ‘연기 잘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내 작품 중에서 기억에 남는 그 느낌대로 많은 분들이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

배우 유승호 /사진=산 엔터테인먼트배우 유승호 /사진=산 엔터테인먼트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한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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