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북한의 ‘화성-14형’ 발사를 규탄하는 한·미·일 공동성명에서 한국 정부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는 표현을 넣는 것을 반대했다고 일본 산케이신문이 23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북한의 도발 이틀 뒤인 지난 6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3국이 공동성명을 논의할 당시, 미국과 일본은 북한의 미사일을 ICBM이라고 표현했으나 한국이 북한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반대했다. 3국이 이견을 조정한 결과 성명에는 ‘대륙 간 사거리를 갖춘 탄도미사일’이라는 표현이 대신 들어갔다. 산케이신문은 한국 정부가 ‘화성-14형’이 ICBM이라는 표현이 들어갈 경우 국제사회의 제재 움직임이 강화돼 북한과 대화를 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을 피하고자 표현 수위를 조절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미국과 일본은 공동성명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구체적으로 지칭해 대북제재 강화를 요구하려는 내용을 적으려 했지만, 한국이 특정 국가를 명시하는 것을 반대해 “북한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특정 국가들”이라는 표현으로 절충됐다고 전했다. 이는 한국이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배치로 나빠진 한중관계를 고려한 것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화성-14형’을 두고 “북한 미사일이 ICBM급 사거리를 갖췄지만, 대기권 재진입 기술 등 정확도를 갖추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만큼 ICBM으로 규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군 당국자도 “ICBM 표현을 쓰면 핵무기 운반 수단을 갖췄다는 북한의 주장을 공식 인정하는 것”이라며 “북한이 상당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한 바 있다.
/윤상언 인턴기자 sangun.you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