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사상 최악의 수해를 겪는 가운데 이뤄진 외유성 유럽 연수와 관련해 도의회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해외연수는 김양희 의장이 결재한 도의회 공식행사로, 김 의장을 포함한 도의회 지도부 모두 이들이 수해가 난 이틀 뒤인 지난 18일 출국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게 문제가 됐다. 여야가 해당 의원들의 징계처분을 신속 대응하는 것과 달리 도의회는 아직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21일 윤리위원회를 열어 이번 연수에 참여했던 김학철(충주1)·박한범(음성1)·박봉순(청주8) 의원 등 3명을 제명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오는 25일 충북도당 윤리심판위원회를 개최해 최병윤(음성1) 의원을 징계하기로 했다. 한국당과 비슷한 수준의 징계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최 의원과 박봉순 의원은 지난 20일 조기 귀국해 사과하고, 수해 현장에서 복구 지원에 나섰다. 나머지 2명도 22일 오후 귀국했다. 유럽 외유에 나선지 닷새만이다.
여야가 중징계를 내린 만큼 윤리위원회 회부 등을 통해 도의회도 징계하는 수순을 밟아야 하지만 사정을 들여다보면 그렇지가 못하다. 오히려 도의회 공식 행사임에도 이들을 막지 못했다는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공범’ 취급을 받아야 할 처지다. 도의회는 이들이 외유에 오르기 하루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청주를 비롯한 도내 수해지역의 재난 특별구역 지정을 요구하는 도의원 전체 명의의 성명을 발표했다. 도의회는 성명에서 “충북사상 초유의 피해를 정부가 조속히 복구, 이재민의 아픔을 달래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작 이튿날 의원 4명의 외유를 누구도 말리지 않았다. 외유를 떠나면서 정부에는 이재민의 아픔을 달래달라고 요구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 셈이다.
비난 여론이 쏟아지는데도 나흘째 도의회 차원의 사과 성명이나 입장표명이 나오지 않는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도의회 주변에서는 “이번 일을 일부 도의원의 일탈행위로 치부하려는 인상이 짙다”며 “임기 초반부터 의장 자리다툼을 하며 파행을 거듭해온 도의회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도의회는 의원들의 일탈행위에 관대해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 연수에 참여한 김 의원과 박한범 의원은 앞서 도의회 윤리위원회에 회부된 전력이 있다. 김 의원은 지난 2월 태극기 집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의원들을 겨냥해 “국회에 250마리의 위험한 개들이 미쳐서 날뛰고 있다”는 발언한 바 있다. 박 의원은 2015년 음식점 술자리에서 공무원에게 맥주병을 던진 것이 문제가 돼 윤리위원회에 회부됐다. 모두 징계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결론과 함께 흐지부지됐다. 이번에도 도의회가 외유 의원들의 징계에 나설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이번 해외 연수가 의회 차원에서 이뤄진 공식적인 행사라는 점에서 자체 징계를 한다는 것은 도의회 지도부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는 셈이 된다. 도의회의 한 관계자는 “이번 연수와 관련 논의된 것이 없다”며 “연수 의원들이 복귀하면 도의회 차원의 수습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윤지인턴기자 yoonj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