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에서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 중 사측이 노동조합 측에 도청장치를 설치했다 발각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노조 측이 격렬하게 반발하면서 사태의 파장이 그룹 안팎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사건은 LG그룹 주력 계열사인 LG화학에서 벌어진 일이라 그룹 내부에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불법 도청은 근로자의 단체 교섭권을 침해하는 범죄가 될 수 있어 이번 사건이 수사 대상에 오를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LG화학의 익산공장 임단협 교섭 중 사측이 노조 휴게실에 마이크 형태의 도청 장치를 설치했다가 노조 간부들이 이를 발견했다. 대회의실에서 노사 협상을 진행하다 잠시 ‘정회’를 가졌는데 노조 간부들이 노조 휴게실에 놓인 마이크를 이상하게 여겨 잡아당겨 보니 옆 방으로 연결된 줄과 녹음 기능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노조는 이에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으며 21일부터 관련 사진을 공유하며 사측의 부정행위를 전파하고 있다. 이날 노조 가공 부문 위원장과 간부들은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LG화학 본사를 항의 방문하며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및 김민환 LG화학 인사최고책임자(CHO)에게 사과문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LG화학은 지난달부터 임단협을 시작했으며 통상 9월께 협상이 마무리된다. 지난해까지 LG화학 노사는 임금인상률을 놓고 갈등을 빚기는 했으나 노사가 한발씩 양보하며 13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어갔다.
올해는 임단협이 다소 늦게 시작됐는데 LG화학이 연초 LG생명과학을 흡수합병하면서 교섭 대상을 확정 짓는 문제 등으로 노사가 갈등을 빚은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차에 ‘노조 불법도청’ 사건이 터지면서 LG화학 노사 관계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LG그룹의 한 관계자는 “노조 휴게실 도청은 노조 무력화 시도로 직원들 입장에서도 너무 충격적인 일”이라며 “노조의 반발이 심하고 회사 전체에 긴장감이 역력하다”고 전했다.
LG화학은 최근 대내외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2·4분기에는 사상 최대 매출액을 올리면서 영업이익도 6년 만에 최대치를 달성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최악의 노사 악재가 돌출되면서 경영상의 타격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LG화학 관계자는 “해당 건은 노경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업무에 참고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판단한 사안”이라며 “실제 녹음은 이뤄지지 않았음을 확인했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재발 방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홍우·박성호기자 seoulbir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