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리터루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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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국내에서 개봉된 프랑스 영화 ‘탕기’는 28세의 나이에도 독립할 생각을 하지 않는 아들과 자유를 꿈꾸는 부모의 동상이몽을 다룬 코미디 영화다. 영화에서 탕기는 대학 논문 작성이 끝나는 3개월 뒤에는 직업을 찾아 떠나야 한다. 독립할 생각이 없는 탕기는 여기서 꾀를 낸다. 준비 부족을 핑계로 마감 시간을 18개월 늘린 것이다. 탕기가 독립할 날만 손꼽아 기다리던 부모는 실망한 나머지 “내가 낳은 자식이지만 더 이상 그 애를 좋아할 수 없다”고 내뱉는다.


영화 ‘탕기’는 다 자란 자녀의 자립을 중시하는 서구 사회에서조차 부모에게 얹혀사는 ‘캥거루족’이 얼마나 보편화됐는지를 잘 나타내준다. 이는 몇몇 국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이다. 프랑스에서는 이들을 영화 주인공의 이름을 본떠 ‘탕기 세대’라고 부르고 영국에서는 ‘부모 지갑에서 퇴직연금을 빼먹는 자식들(kids in parents pockets eroding retirement savings)’을 줄여 ‘키퍼스(kippers) 세대’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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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한 번 독립을 했다가 다시 부모의 집으로 돌아오는 ‘리터루(returoo)족’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돌아온다는 뜻의 ‘리턴(return)’과 ‘캥거루족’의 합성어다. 결혼이나 취업을 하면서 독립한 자녀들이 높은 월세 등 주거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부모의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결혼을 한 자녀들은 육아 때문에 부모와 살림을 합치는 경우도 많다. 리터루족의 등장은 자연스럽게 ‘할빠’ ‘할마’를 만들어냈다. 아이를 돌보는 할아버지·할머니가 늘고 있는 것이다. 3대가 동거하려다 보니 중대형 주택의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리터루족의 귀환은 부모에게는 노년의 외로움을 덜어주고 자녀에게는 생활비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가족 간에 불화를 겪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부모들로서는 손주를 보느라 신체적·정신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부모와의 결합이 원해서 이뤄진 현상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갈등을 최소화하려면 조금 더 소통하려는 노력을 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오철수 논설위원

오철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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