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재정구조를 바로잡고 조세정의를 세울 수 있는 방안 가운데 하나가 근로소득공제 축소다. 근로소득공제는 별도의 증빙 없이 소득별로 특정 금액(구간)만큼을 소득세 계산할 때 빼준다. 총급여액에 따라 공제 수준이 달라지는데 500만원 이하는 급여액의 70%를 뺀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만 세금을 매기고 금액이 높아질수록 총공제금액은 줄어드는 구조다. 근로자 누구나 기본적으로 받기 때문에 면세자 비율을 높이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이런 근로소득공제를 축소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24일 서울경제신문이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작성한 ‘증세 논의에 대한 대응 전략’ 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500만원 이하 공제율을 70%에서 50%로 낮추면 면세자 비율이 9%포인트 내려가고 면세자 152만명이 줄어든다. 가장 아래 단계인 500만원 이하만 손을 대도 연쇄효과 탓에 전체적인 면세자가 감소한다. 2015년 기준으로 면세자는 약 803만명으로 전체의 46.5%를 차지한다. 면세자가 줄면 소득세 과세가 정상화되고 재정도 보충할 수 있다.
세금을 안 내는 이들이 줄면서 추가적으로 걷을 수 있는 세수는 연 1조800억원에 달한다는 게 기재부의 추산이다. 소득구간별로 보면 소득공제 축소로 급여 2,500만원 이하 분포자(337만명)들이 880억원, 2,500만~4,000만원대 근로자(229만명)가 2,180억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4,000만~5,500만원대(168만명)는 2,440억원, 5,500만~7,000만원대(114만명)는 1,750억원, 7,000만원 초과(143만명)는 3,550억원을 더 내야 한다. 1인당 구간별로 2만6,000원에서 24만8,000원까지 세금이 증가하는 셈이다. 7,000만원대 초과자들의 부담이 전체의 32.9%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지만 국민 개세주의의 원칙에 한발 더 다가간다는 측면에서 ‘부자증세’를 추진할 수 있는 첫걸음이라는 게 조세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면세자 축소라는 같은 목표를 가진 법안도 나올 예정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인 이종구 바른정당 의원은 연간 급여가 2,0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세액공제 적용 후에도 최소 12만원의 근로소득세를 부과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의원실이 국회예산정책처에 비용 추계를 의뢰한 결과 연간 급여가 2,000만원을 넘는 근로자에 대해 소득세 최저한세액을 연간 12만원으로 하는 법안을 2018년 1월부터 시행할 경우 5년간 총 1조1,315억원, 연평균 2,263억원의 소득세가 추가로 걷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법은 근로자의 근로소득세에 대해 근로소득세액공제·특별세액공제·월세세액공제 등 다양한 공제 제도를 도입한 상태다. 이종구 의원실 관계자는 “근로소득산출세액에서 세액을 공제하고 남은 금액이 12만원에 미치지 못할 경우 미달분의 세액은 공지하지 않는다는 것이 개정안의 핵심”이라며 “부자증세 논의와는 별도로 세원의 범위를 확대해 ‘국민개세주의’를 실현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세종=김영필기자 나윤석기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