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국경 인근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의 한 주차장에 세워진 트레일러에서 불법으로 국경을 넘은 뒤 장시간 폭염에 방치돼 사망한 시신 8구와 부상자 30명이 발견돼 미국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불법이민자 대상의 인신매매로 추정되는 이번 사건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강경한 국경보안 정책이 이민자들의 위험한 밀입국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 경찰은 이날 월마트 직원의 신고로 마트 주차장에 주차된 트레일러에서 38명의 사상자를 발견했다. 이들은 6개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부상자 30명 중 한 명이 병원에서 숨져 사망자는 총 9명으로 늘었으며 17명가량이 중태여서 사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부상자 중 2명은 청소년이고 최연소자는 15세였다.
이들은 냉방장치가 고장 난 뜨거운 차량 속에서 질식·호흡곤란·뇌손상 등으로 사망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전날 샌안토니오의 최고기온은 섭씨 38도였으며 금속 소재로 이뤄진 차량구조를 감안하면 내부온도는 섭씨 78도까지 치솟았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미 경찰은 이번 사건에 불법이민자를 대상으로 하는 인신매매 조직이 관련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윌리엄 맥매너스 샌안토니오경찰국장은 “오늘 밤 인신매매 범죄의 현장을 목격했다”며 “끔찍한 비극”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월마트 CCTV를 통해 트레일러로 차량이 접근해 살아 있는 탑승자 일부를 데려간 사실을 확인했다.
집단참사의 위험에도 대형 트레일러나 트럭을 이용한 밀입국이 발생하는 이유는 한 번에 100여명까지 많은 사람을 실어나를 수 있어서다. 특히 국경통제가 강화되면서 올해 7월에만도 텍사스 국경도시 러레이도 인근에서 불법입국자를 실은 트럭이 최소 4대나 적발되는 등 ‘아메리칸드림’을 향한 목숨 건 월경은 나날이 늘고 있다. AP통신은 “이들이 기차·버스·자동차를 이용해 미 국경 근처로 이동한 뒤 불법 이민알선 조직이 마련한 트레일러로 미국에 들어온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