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프투자증권이 SK(034730)증권 인수전에서 승기를 잡았다. 5년간의 고용보장, 동종업계 전략적투자자(SI)로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 등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SK증권은 25일 케이프컨소시엄(대표자 케이프인베스트먼트)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예비입찰 단계부터 케이프투자증권과 SK증권의 시너지 효과 등 비가격적 요소를 강조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것이 투자은행(IB) 업계의 분석이다. 케이프 측은 유력한 인수 후보였던 큐캐피탈(016600)보다 낮은 가격을 적어낸 것으로 알려졌지만 유한책임사원(LP)들에게 인수금융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케이프투자증권은 LIG투자증권 인수 당시 인수자금 절반가량을 LP들에게 조달했고 이들이 재출자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덕분에 자금을 무난하게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케이프투자증권이 LIG투자증권 인수 과정에서 이미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한 만큼 금융당국 승인 리스크도 낮다는 분석이다. 케이프투자증권은 SK그룹이 SK증권을 경영자인수(MBO) 방식으로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할 때도 이미 재무적투자자(FI)로 참가 의사를 밝혔다.
다만 케이프투자증권의 인수 의지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SK증권 이전에도 하이투자증권·이베스트투자증권 등 인수전에 잇따라 출사표를 던졌으나 실제 인수까지로 이어진 것은 LIG투자증권이 유일한데다 모기업이나 최대주주도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케이프투자증권의 모회사는 코스닥 상장사인 케이프로 선박엔진부품 제조사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케이프의 최대주주는 지분 21.39%를 보유한 김종호 회장으로 국적은 캐나다다. 더구나 케이프투자증권의 최대주주는 특수목적법인(SPC)인 ‘이니티움2016주식회사’로 케이프가 지난해 6월 투자를 목적으로 출자해 설립됐다.
업계 관계자는 “매각 측이 케이프투자증권과 시너지 효과 등 비가격적 요소를 높게 평가했다”며 “공정거래법상 다음달 2일까지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만큼 이미 한 차례 대주주 적격 승인을 받은 케이프투자증권을 선택해 안정적으로 거래를 끝내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번 거래는 SK㈜가 보유한 SK증권의 지분 10.04%에 대한 가격을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된 600억원 수준에다 경영권 강화와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1,500억원의 유상증자까지 진행할 경우 거래금액은 2,000억원 수준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케이프투자증권은 당장 증권사 간 합병을 진행하기보다 순차적으로 시간을 갖고 지켜보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