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부서 지운 '독재' '친일파' 용어, 새 역사교과서에 다시 실릴 듯

교육부가 국정교과서를 대체할 새 검정 역사교과서 적용 시기를 일정보다 2년 늦춰 박근혜 정부가 일방적으로 강행한 ‘국정화’ 흔적을 완전히 뿌리 뽑으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새 검정 역사교과서는 애초 내년 3월 학교 현장에 적용될 예정이었으나, 교육부는 교육과정과 세부 사항을 담은 집필기준까지 근본적으로 손질해 2020년 3월 새 교과서를 선보일 방침이다. 국정 역사교과서는 지난 5월 폐지됐지만, 현재 개발 중인 검정 교과서가 일정을 맞추는 데 급급하다간 졸속 집필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존 집필기준은 국정교과서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것이어서 지금 국민이 원하는 내용과는 동떨어진 감이 있다”며 “시간을 갖고 제대로 된 연구 과정을 거쳐 새 검정 교과서를 만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교육과정 전문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역사학계 학술대회와 토론회, 일선 시·도 교육청 등에서 제기한 요구사항을 분석한 결과, 중복된 내용을 빼면 대략 140여 건으로 파악됐다.

그동안 반영이나 수정 요구가 많았던 부분은 지난 1월에 공개된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에 실려 논란을 일으켰던 내용이다. 우선, 유신 독재시기를 기술하면서 ‘독재’라는 용어를 쓰지 않은 점, 친일파라는 용어 대신 ‘친일인사’. ‘친일행위’로만 기술한 점 등 독재와 친일 문제를 미화하려 한 부분이 전면 재검토된다. 1930년 국내 독립운동 실태를 비롯한 독립운동사와 조선 후기 경제발전, 자발적 근대화 등 근현대사 비중을 축소한 것도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경제 문제를 서술하면서 ‘친재벌’ 논조가 강하다는 비판도 수용됐다.



대한민국 건국시기 서술을 두고 벌어진 ‘대한민국 수립’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 표현 논란도 어떻게 정리할지 새 검정교과서 제작을 위해 연구가 필요하다. 역사학계에서는 1919년 4월 임시정부가 수립되면서 대한민국이 세워진 것으로 보는 게 정설이지만, 일부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은 남한 단독정부가 들어선 1948년 8월 15일에 대한민국이 건국됐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건국절’ 논란이 여기에서 비롯된다.

교육부는 이달 말까지 교육과정 총론 부칙을 개정해 검정 역사교과서 적용시기를 2018년 3월 1일에서 2020년 3월 1일로 공식 변경할 계획이다. 또한, 역사과 교육과정과 집필기준 개정 계획 수립도 이달 안으로 마무리하고 8월 중으로 역사과 교육과정 심의회를 구성한다. 내년 1월까지 교육과정 개발과 확정 고시, 검정도서 계발계획을 마련한 뒤 본격적인 교과서 집필에 들어가 약 9개월에 걸쳐 작업할 예정이다. 2019년에는 검정 심사 절차를 거쳐 2020년 새 교과서를 일선 학교 현장에 배포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각계에서 제기된 문제를 종합 검토한 뒤 새 검정교과서에 어떤 내용을 반영할지 결정하게 된다”며 “지금까지 논의 과정에서 나온 문제가 어느 선까지 수용될지는 연구 과정을 거쳐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번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 후속조치는 다양성을 보장하고 질이 높은 검정 교과서를 보급해 교육의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는 국민의 뜻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윤지인턴기자 yoonj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