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유영민號 시작부터 통신비에 발목 잡히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출범>

4차 산업혁명 기수·과학기술 장기전략 수립 등 할일 태산인데…

9월 약정할인율 25% 적용하려면

이달 안에 변경내용 알려야 가능

통신비 인하 실패 땐 부처 정책 좌초

유 장관 이통사와 잇단 물밑 접촉

유영민(왼쪽 네번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 과기정통부 관계자들이 26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현판제막식에서 박수를 치며 축하하고 있다. 유 장관은 “과기정통부는 미래 먹거리와 일자리를 만드는 데 앞장 서겠다”고 강조했다. /사진제공=과기정통부유영민(왼쪽 네번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 과기정통부 관계자들이 26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현판제막식에서 박수를 치며 축하하고 있다. 유 장관은 “과기정통부는 미래 먹거리와 일자리를 만드는 데 앞장 서겠다”고 강조했다. /사진제공=과기정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4차 산업혁명 선도’라는 목표를 향해 닻을 올렸다. 그러나 시작부터 ‘가계통신비 인하’라는 암초에 걸렸다. 문재인 정부는 부처명에 ‘과학기술’을 앞세우며 연구개발(R&D) 역량 강화에 방점을 뒀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처명 끝머리에 있는 ‘통신’에만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약정할인율 25% 인상 통보 시점이 코 앞에 다가왔고, 이에 대한 이동통신사와의 법적 대응을 무마해야 한다. 무사히 넘어간다고 해도 기존 가입자에 대한 약정할인율 적용 문제와 보편요금제 도입 등 ‘산 넘어 산’인 상황이다. 자칫 출범 초부터 ‘통신’발 파도에 휩쓸려 리더십도 잃고, 4차 산업혁명의 기수 자리도 놓치고, R&D 장기전략도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과기정통부는 과천청사에서 현판제막식을 갖고 공식적으로 부처 이름을 바꾸고 새롭게 출범했다. 이로써 박근혜 정부의 핵심인 창조경제의 선봉장을 자처했던 ‘미래창조과학부’는 출범 1,599일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의 양대 축을 짊어지고 출범했지만, 무게중심은 ‘정보통신’에 쏠렸다. ‘통신요금 인하’가 발등의 불인 상황이다. 그래서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도 전날 박정호 SK텔레콤(017670) 사장을 만난데 이어 이날 현판제막식에서 앞서 권영수 LG유플러스(032640) 부회장을 만났고 27일에는 황창규 KT(030200) 회장을 만나 협조를 구할 예정이다. 유 장관은 “이통사 대표들과 얼굴을 트는 차원”이라며 애써 확대해석을 경계하면서 “다음번에는 가계통신비 인하 방안 외에 통신사의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 과정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장관이 취임 초부터 이통사 최고경영자(CEO)와 연이어 만남을 가진 것은 결국 ‘통신비 인하’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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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고,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이다. 당장 9월부터 약정할인율을 25%로 높이기 위해선 이통사에게 고지를 해야 한다. 이통사들은 고객과 맺은 약관에 ‘요금할인액 등 중요 사항이 변경되는 경우 1개월 전에 변경 내용을 고객에게 이메일, 문자메시지 등으로 고지한다’고 명시했다. 결국 이달 말에는 관련 내용을 통보해야 9월 시행이 가능하다.

과기정통부 입장에서는 첫 과제인 ‘약정할인율 인상’에 실패하면 ‘가계 통신비 인하’라는 고지를 향해 하나씩 풀어가야 할 ‘제4 이동통신 출범’, ‘보편요금제 출시’ 등이 힘들어진다. 유 장관 입장에서는 첫 단추를 제대로 꿰기 위해 이통사 CEO를 일일이 만나 협조를 구하는 수 밖에 없다.

반면 이통사들은 법적 소송 등 강력 대응을 예고한 상황이다. 법적 소송이 시작되면 약정할인율 인상은 기약 없이 미뤄진다. 이통사들로서는 ‘할인율 인상’에서 무너지면 다음 단계인 ‘보편요금제 도입’을 막기 힘들어지는 만큼, 첫 번째 방어벽을 높이 쌓는다는 전략이다. 확실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 계속 몰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대선이 있는 5년마다 통신비 인하 이슈가 거론되는데 이통사들로서는 큰 사업계획을 짜기가 힘들다”며 “정부에 하나를 내 주면 또 다른 두 개를 요구하는 식이라 이번에는 최대한 우리 입장을 지켜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통사들이 정부와의 법적 다툼에 부담을 느껴 약정할인율 인상을 받아들여도 다음 단계가 간단하지 않다. 이통사들은 “약정할인은 고객과의 계약에 따른 것으로 기존 약정 기간이 만료된 이후에나 인상된 할인율 적용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위약금 문제 때문에 기존 가입자들의 약정할인율을 일방적으로 높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측은 “약정할인율 인상과 관련한 혜택을 가급적 많은 이용자들이 누릴 수 있게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통사들은 “통신요금 인하와 관련한 샅바 싸움에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기세여서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날지 예측이 힘들다.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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