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도’에서 OSS 광복군 박무영으로 분한 송중기는 하시마섬에 강제 징용된 조선인들을 탈출시키려는 결정적인 책무를 수행하는 인물이다. 그 강단 있는 눈빛과 의기가 배우 자체를 엿보는 듯하다.
최근 서울경제스타와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송중기는 “이번에 중요한 큰 일이 두 가지가 겹치게 됐다”라고 최근 송혜교와의 결혼 소식을 의식한 인사를 시원스럽게 건넸다. 행복한 나날의 연속인지 얼굴에는 웃음꽃이 가득이었다.
송중기는 이번 ‘군함도’를 통해 관객들과 오랜만에 만나는 소감으로 “오랜만에 영화를 하는 것이다. ‘늑대소년’ 이후 5년 만이다. 군대 가기 전에 하고 싶었던 어떤 영화를 못하고 영장이 나왔었다. 그 작품은 정을 일단 준 작품이어서 군대에서도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군함도’는 아니었다) 군대에 있는 동안 사이버지식방에 가서 영화 촬영 소식도 찾아보고 그랬다.(웃음) 그래서 군대 전역하면 무조건 영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군 시절을 떠올리며 말을 꺼냈다.
순제작비 220억인 ‘군함도’는 류승완 감독 연출에 배우 황정민, 소지섭, 이정현, 김수안 등 화려한 라인업이 참여해 완성도와 기대감을 높였다. 이 가운데 이름을 올린 송중기는 “아무리 욕심나는 작품이라도 내 게 있고, 아닌 게 있다고 느낀 게, ‘태양의 후예’도 결국 내가 그린 것을 보고 작품이었던 것 같더라. 그러면서 또 하나 배웠다. 그래서 ‘군함도’는 오랜만의 복귀작이라 더 잘 하고 싶었다. 물론 큰 작품이고 여러 가지 요소가 있었지만 더 잘하고 싶었다”고 작품 참여 당시의 각오를 떠올렸다.
송중기는 ‘군함도’ 시나리오를 극찬하며 오락적인 면과 메시지를 모두 갖춘 작품이라고 자부했다. “책 자체가 되게 재미있었다. 처음 봤을 땐 킬링타임 영화가 될 수도, 의미 있는 영화가 될 수도 있겠더라. 나에겐 둘 다 충족되겠다고 생각했다. 소재가 굉장히 묵직해서 영화적으로도 탄탄해보였다. 훌륭한 영화의 구성원이 되면 굉장히 영광이겠다고 생각했다. 황정민 선배와도 연기해보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기존 필모그래피를 보면, 지금까지 송중기는 한 편씩 번갈아가며 이전작과는 반대의 성향인 작품을 차기작으로 삼아온 것처럼 보인다. 이 같은 질문에 그는 “이번엔 비슷한 캐릭터가 연달아 중첩되기도 한다. ‘태양의 후예’ 때 유시진 역, ‘군함도’에서는 박무영 역이 모두 군인이다. 충분히 그렇게 보실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작품 선택에서 캐릭터의 다양성만을 전혀 개의치 않았다. ‘늑대소년’을 한 후 팬들이나 관객들이 봤을 때는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가 작품을 동시에 정한 것도 있고, 굳이 한 번씩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대기업들이 분기 목표를 정하듯 ‘이 작품을 했을 때 내가 이렇게 되겠구나’를 계산하지 않는 편이다. ‘군함도’도 마찬가지였다. 역할에 강박관념이 있는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군함도’에서 박무영은 영화 시작 후 35분 무렵이 지난 후에야 모습을 드러낸다. 스스로도, 팬들로서도 다소 서운할 수 있는 부분일 수 있다. 이 같은 화제가 나오자 송중기는 “내가 시나리오를 봤을 당시에도 영화 중반에 박무영이 등장하는 걸로 알고 있었다. 오히려 영화를 봐 보니 생각보다 빨리 등장하더라. 시나리오 상으로도 절반이 지난 후에 등장한다. 혹시 영화가 많은 사랑을 받는다면 DVD 등으로 편집본을 추가할 것 같다. 처음에 복도에서 걸어오는 게 내 첫 등장신이었다. 역시 류승완 감독님께서 대단하시다고 느낀 게, 굉장히 스무스하게 장면들이 연결됐더라. 긴박하게 연결이 잘 돼서 만족스럽다”
“영화를 보면서 신경 썼던 부분은 메시지와 내 연기였다. 영화 자체가 무겁지 않느냐. 참여한 사람도 그렇게 느끼는데 보는 사람은 어느 정도일까 싶었다. 혹시 내가 흐름을 놓치지는 않았는지 더 집중해서 봤다. 언론시사회 때 그렇게 많이 긴장을 했다. 심지어 (소)지섭이 형은 어지럽다 하고, 나도 땀이 많이 났다.(웃음)”
그렇다면 송중기가 파악한 박무영은 어떤 성격과 신념을 가진 인물일까. 조선인들을 함께 탈출시키는 임무를 수행함과 동시에 ‘측은지심’이 가장 컸을 터다. “전사가 없는 인물이라 설명이 많이 안 되겠지만, 전사가 없는 게 아주 중요하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군인에게 가장 중요한 건 임무수행이니까 박무영은 ‘인간병기’라 생각했다. 그 당시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다. 박무영은 임무를 가지고 들어갔지만, 실상을 알고 인간이라면 당연히 가질 법한 ‘측은지심’을 소희(김수안)로 인해 가지게 된다”
송중기가 극 중 가장 두드러져 보이는 신은 단연 ‘탈출 시도 장면’이다. 이에 슬로우 모션 효과까지 들어간 것을 얘기하자 “내가 현장에서 듣기로는, 렌즈를 바꿔 촬영했다고 하더라. 무영이만 그렇게 찍은 게 아니고 결정적인 순간에 감독님께서 슬로우모션을 거셨던 것 같다. 감독님께서 처참한 광경을 돋보이게 하려고 그러셨던 것 같다. 시나리오를 보고 탈출신이 가장 기대됐다. 압도적이었다. 시간적으로도 엄청난 신이었다. 35회 차를 1달 반에 걸쳐 촬영했다. 스태프들도 결과물을 너무나 궁금해 했다. 힘든 만큼 장면이 잘 나온 것 같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