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자영업 롱런시대, 이제는 상인정신이다]돈만 주면 '사장님' 되는 프랜차이즈..자생력 키우기엔 한계

[ 본지-IBK경제연구소 공동기획]

<중>고기 낚는 법 안 알려주는 프랜차이즈

창업서 운영까지 전과정 본사 주도..노하우 공유 못해

5,000여 프랜차이즈 중 절반이 직영점 한 곳도 없어

시장포화 속 본사는 뒤로 빠진채 가맹점 돈만 걷는 셈



“돈과 인감만 준비하세요.”

최근 들어 프랜차이즈의 불공정거래 행위가 두드러지면서 사회적 지탄의 대상으로 떠올랐지만 프랜차이즈는 여러 장점을 갖춘 비즈니스 모델이다. 언뜻 떠오르는 것만도 △창업의 편리성 △전문 집단의 조력 △빠른 창업 등을 나열할 수 있다.


‘예비 사장님들께서’ 특히 주목하는 것은 창업과정의 편리성이다. 실제로 프랜차이즈는 많은 것을 해준다. 사업장을 여는 데 100개 과정이 있다면 프랜차이즈는 1부터 99까지 도맡아 해준다. “돈과 인감도장만 준비하면 된다”는 프랜차이즈박람회장에서의 외침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최근 뜨고 있다는 한 육류 프랜차이즈는 자사 홈페이지에 ‘주방에 요리사도 필요 없다’ ‘고기가 양념과 원팩으로 포장돼 나와 손질할 필요도 없다’ ‘본사 직원이 영업신고·사업자등록 등도 대행한다’는 등 장점을 나열해놓았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과연 장점일까.

확실한 사실은 프랜차이즈가 자영업의 여러 형태 중 자영업의 본질에서 가장 동떨어진 형태의 창업이라는 점이다. 자영업은 풀어쓰면 ‘스스로 영위하는 업’이다. 자영업의 궁극적 지향점은 창업과 운영의 A~Z까지 모든 것을 자영업자 스스로 컨트롤하는 것이다. ‘자립할 수 있는’ 자영업자가 돼야 이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

프랜차이즈는 자영업자에게서 이 모든 것을 앗아간다. 쉽게 말해 그들은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고기를 낚는 법이나 낚은 고기를 손질하는 법, 양념을 만드는 법은 영업비밀이다. 그만큼 정보의 비대칭성이 심하다. 10년 넘게 치킨집을 운영했는데도 치킨의 핵심인 염지방법조차 모르는 치킨집 사장이 넘쳐나는 이유다.

10년간 치킨가맹점주로 살다 올 초 자기 브랜드로 독립한 윤선일(가명)씨는 “잊을 만하면 현장점검이라고 찾아와 냉장고까지 샅샅이 뒤지면서 정작 음식 노하우 등 중요한 정보는 공유하지 않는 것이 본사”라며 “가맹점주로 살면서도 틈틈이 학원 다니고 전문가를 찾아 조리방법을 배우고 나서야 독립할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운영성과가 비프랜자이즈 자영업자들에 비해 좋은 것도 아니다. IBK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전국 프랜차이즈 가맹점 중 음식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45.2%(2014년 말 기준)인데 이들 음식업 가맹점의 월평균 매출과 비용은 각각 1,730만원, 1,556만원이며 월수입은 181만원이다. 이는 1회에서 살펴봤던 ‘김자영’씨(월매출 1,400만원, 월비용 1,200만원, 월수입 198만원)보다도 못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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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프랜차이즈의 △높은 초기비용 △불공정거래 행위 △잠재된 브랜드 훼손 리스크 등을 감안하면 프랜차이즈는 유리하지도 않고 권장해서도 안 되는 모델이다. 결국 운영성과나 생존율이 뛰어나지도 않은데 자영업의 본질에 위배되는 ‘편리성’만 보고 많은 예비 창업자들이 이 시장 주변을 기웃거리는 것이다.

사실 이보다 더 놀라운 통계는 따로 있다. 지난해 6월 프랜차이즈컨설팅 업체 맥세스컨설팅이 내놓은 ‘2016년 프랜차이즈 산업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정보공개서를 등록한 프랜차이즈 브랜드 5,044개 중 직영점이 한 곳도 없는 브랜드가 절반이 넘는 56.6%에 달했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사업 노하우 부재 △재무건전성 악화 등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 10개 프랜차이즈 브랜드 중 6개가량이 레드오션으로 불리는 이 시장에서 정작 자사는 몸을 사리는 반면 사업 파트너인 가맹점주들을 총알받이로 내세우고 있다는 뜻이다.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불공정거래의 원흉이지만 반대로 프랜차이즈 본사 눈으로 보면 가맹점주는 ‘눈먼 돈’에 불과한 것이다.

전직 프랜차이즈가맹본부 관계자는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가맹 상담을 받으러 온 ‘예비 사장님’들 중에는 허술한 사람들이 많아 정체불명의 프랜차이즈들도 배를 불린다”며 “일단 브랜드부터 론칭하고 반응이 별로면 곧바로 다른 브랜드로 옷을 갈아입는 속칭 ‘꾼’들도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영업 생존율을 높이려면 프랜차이즈로 대표되는 의존형 창업이 아닌 자영업자 스스로 사업을 영위하는 자립형 창업이 많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이를 위해서는 전문교육기관, 신뢰할 수 있는 컨설팅서비스 시스템 등 자영업 관련 인프라가 더욱 충실하게 구축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각기 다른 장점을 지닌 자영업자들이 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경란 IBK경제연구소 중소기업팀장은 “자영업자 스스로 시장에 대한 자신감과 차별화된 서비스로 무장해야 자립형 자영업자로 생존할 수 있다”며 “이런 자영업자들을 시장의 불공정거래행위에서 지켜줄 수 있는 안전장치도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해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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