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 검찰청의 검사장과 차장검사를 감찰해달라고 대검찰청에 요청한 제주지검 A 검사가 이들 지휘부의 ‘사건 은폐·축소’ 의혹을 제기했다.
A 검사는 27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제주지방검찰청 A 검사입니다’란 글을 올렸다. 그는 이석환 제주지검장과 김한수 차장검사가 자신의 담당 사건을 의도적으로 덮은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A 검사는 지난달 중순 3,000만원 대 의료품 거래 피해 사건의 압수수색 영장을 차장 전결을 거쳐 법원에 접수했다. 그러나 차장검사가 통보 없이 영상을 회수해온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A 검사는 대검에 지휘부 감찰을 요청하는 경위서를 냈다. 피의자는 수억 원대 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이 두 차례 청구된 바 있다. 구속영장은 모두 기각됐다. 이에 A 검사는 피의자의 이메일과 카카오톡, 휴대전화 메시지를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압수영장을 신청했다.
A 검사는 “카카오톡과 이메일, 휴대전화 메시지 확인이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셨을 경우 그것만 제외하고 수사는 절차대로 진행해 기소하는 게 원칙”이라면서 “지휘부가 법원에서 회수된 기록을 24시간 가까이 보고 ‘다음날 바로 처리하라’고 했다. 왜 추가자료 수집 등 수사 없이 종결하도록 지시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A 검사는 또 같은 사람에 관한 여러 수사가 진행될 시에는 기존 사건을 담당하는 검사에게 새 사건을 몰아주는 게 원칙인데 해당 피의자의 경우 그와 관련한 추가 사건이 자신이 아닌 다른 검사에 배당됐다고 주장했다. A 검사는 그 경위에 의문을 제기했다.
A 검사는 “피의자의 변호인은 제주지방검찰청에서도 근무한 경력이 있는 분이고 피의자가 설립한 회사의 등재이사로 등재된 분”이라면서 “이럴 경우 검찰은 전관예우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점을 더 대외적으로 선명하게 천명하여야 하며 원칙대로 처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지적했다. 피의자의 변호인은 최근 국민의당 ‘제보조작’ 사건에 연루돼 수사 대상에 오른 김인원(55·사법연수원 21기) 공명선거추진단 부단장이다. 김 부단장은 검찰 출신으로 이석환(53) 제주지검장과 연수원 동기다.
대검에 감찰을 요구했는데 광주고검이 기초조사에 나선 것을 두고도 의문을 제기했다. “대검 특별감찰단은 운영에 관한 지침상 ‘경미한 사안에 대해 고등검찰청이 처리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총장 후보님이 인사청문회 자리에서까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엄정 조치하겠다’는 말씀이 나올 정도의 사안인데 누가, 왜 경미한 것으로 판단하셨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제주지검은 앞서 “영장 접수 전 지검장의 재검토 지시가 있었으나 영장 관련 기록이 다른 사건과 함께 실수로 잘못 접수돼 되찾아 온 것”이라면서 “피의자는 담당 검사와 부장검사가 참여한 심의회를 거쳐 12일 불구속 기소했다. 사건 처리에 문제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김민제 인턴기자 summerbreez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