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디 엔드] 과학·기술 향한 맹신에 경종

■필 토레스 지음, 현암사 펴냄



유사 이래 가장 발달한 문명 속에 살고 있지만 우리가 누리는 편익 이면에는 그에 비례한 불안과 재앙이 공존한다. 생명공학의 발달이 건강과 장수를 꿈꾸게 했지만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병원균이 유행병으로 번질 경우 자연적 제어가 불가능해 더 치명적이다. 인간의 노동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되는 ‘초지능 로봇’의 발달은 호모 사피엔스 이래로 인간이 독점했던 월등한 지적능력을 공유하는 것이며 경제 붕괴와 군비 경쟁의 부작용이 우려된다. ‘살인 컴퓨터’가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신경과학과 철학을 전공한 저자는 과학과 기술의 발달로 인류가 직면한 다양한 위협, 총체적 위기를 잔인할 정도로 냉정하게 파고들었다. 지구 온난화, 생물다양성 상실, 핵무기 등 분석한 내용의 심각성으로 보자면 거의 ‘종말론’에 가까운 책이다. 그러나 저자의 의도는 인간애와 인류의 생존전략을 찾자는 데에 있다. 책은 인류 형태의 재설계, 우주 식민지 개척, 반지성주의 극복, 땅 파고 지구 속으로 들어가기 등 12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종말 시나리오가 실현되지 않도록 하려면 사회적 민감성이 높은 여성의 참여 확대를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이 이채롭다. 갖춰야 할 지식을 과학과 기술에 국한하지 말고 종교의 기본 원리를 이해한 믿음으로 바라본 미래가 인류 역사에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했는지 살펴보라는 게 저자의 조언이다. 부제는 ‘과학과 종교가 재앙에 대해 말하는 것들’이다. 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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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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