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단 평화유지군(PKO)으로 파견된 일본 자위대의 일지(일보) 은폐 파문이 방위성은 물론 총리관저까지 뒤흔들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의 최측근인 이나다 도모미 방위상이 사의를 밝힌 데 이어 지휘 라인인 구로에 데쓰로 사무차관과 육상막료장(육군참모총장급) 등 방위성 수뇌부 3명이 한꺼번에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가운데 내각 관료 임명자인 아베 총리에 대한 책임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28일 NHK 등에 따르면 이나다 방위상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PKO 관련) 일지에 대한 보고를 받은 기억이 없다”면서도 “방위성과 자위대를 지휘·감독하는 방위상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의를 표했다. 비슷한 시각 아베 총리는 “관료 임명의 책임은 전적으로 총리인 저에게 있다”고 말한 뒤 “국민 여러분의 엄중한 비판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며 이나다 방위상의 사표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공석이 된 방위상은 외교 안보 정책을 담당해온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이 겸직한다.
이나다 방위상의 사퇴에도 그를 내각에 기용한 아베 총리에 대한 비난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도쿄신문은 자위대 문건 문제가 국회에서 다뤄질 경우 이나다 방위상이 (문건 은폐 의혹의) 몸통으로 밝혀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아베 정권이 방위상을 사퇴시켰다고 주장하며 “이나다 방위상의 편을 들어온 아베 총리가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자민당 내부에서는 방위상 경질이 지연돼 여론이 악화한 것을 두고 총리 책임론이 급부상하고 있으며 향후 국회에서는 은폐 의혹에 대한 심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이번 파문은 지난해 7월 파견부대가 머무는 남수단의 수도 주바에서 정부군과 반군 간 치열한 ‘전투’가 있었다고 기록한 데서 출발했다. 지난해 7월과 올 1월 정보공개 요구를 받은 육상자위대 사령부는 “해당 일지는 폐기됐다”며 문서의 존재를 부인했지만 이후 전자데이터로 작성한 일지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고의적 은폐라는 의혹이 일었다. 아사히신문은 “일지가 조기에 공개됐다면 국회에서 격한 논쟁이 벌어졌을 것”이라며 지난해 여름 자민당이 안보 관련법을 강행 처리한 시기가 일지 작성 시기와 겹쳐 방위성이 총리관저의 의향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