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경찰청 찾은 문무일, 수사권 조정 기선잡기?

검찰총수론 처음으로 찾아

"검경은 협력관계" 강조

文총장 수사권 조정 부정적

"속내 감추기 위한 쇼" 시각도

문무일(오른쪽) 검찰총장이 28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방문을 마치고 청사를 떠나기 전 이철성 경찰청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문무일(오른쪽) 검찰총장이 28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방문을 마치고 청사를 떠나기 전 이철성 경찰청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무일 검찰총장이 28일 경찰청을 깜짝 방문했다. 본격적인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을 앞둔 상황에서 검찰총장이 경찰청을 찾았다는 대승적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검찰의 우월적 입지를 지키려 한다는 지적이다. 문 총장은 “검경은 협력관계”라고 설명했지만 경찰에 수사권을 넘기는 데 대해 부정적이었다는 점에서 이날 방문은 ‘보여주기식’이라는 시각도 있다.

문 총장은 2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을 방문해 이철성 경찰청장 등 경찰 지휘부와 만났다. 이 자리에서 문 총장은 일단 검경 간의 협업을 강조했다. 문 총장은 “법률 문제는 국회에서 논의하고 저희는 국민을 위해서 협업하는 관계”라며 “상견례 차 찾았다”고 방문 목적을 밝혔다. 이 청장도 “국민을 위해 검찰과 경찰이 잘 협업하자는 덕담을 나눴다”고 말했다.


이번 방문은 문 총장의 제안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앞서 지난 26일 문 총장은 이 청장과 취임 인사 차 전화통화를 하는 과정에서 경찰청 방문의사를 처음 전달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문 총장은 “검찰은 각 수사기관 간의 중간사다리 역할”이라며 “제일 큰 사법부와 그 중간에 법집행기관 중 가장 큰 곳이 경찰이라 다른 기관보다 우선해서 왔다”고 설명했다. 문 총장은 취임 이후 대법원과 감사원 다음 세 번째 방문지로 경찰청을 선택했다.

검찰총장이 경찰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일 정도로 이례적이다. 우선 직급에서 검찰총장은 장관급인 반면 경찰청장은 차관급이다. 따라서 통상 검찰총장이 취임하면 경찰청장이 인사 차 대검찰청을 비공식적으로 방문해왔다.


문 총장이 이런 관례를 깬 것은 문재인 정부 들어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둔 시점에서 기선을 잡기 위해서라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서 새 정부가 경찰에 수사권을 주는 쪽으로 기울어지는 데 대한 우려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또 여론도 경찰에 우호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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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총장은 줄곧 경찰에 수사권을 넘기는 데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혀왔다. 특히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기록만 보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기록이 미흡하거나 경찰의 의견이 잘못된 경우 검찰 당국이 보완조사나 추가수사를 해서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해 기소·수사 분리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와 함께 양 기관의 고위직 인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시점에서 양 기관 간 원활한 업무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한 차원이라는 평가다.

경찰 내부에서는 이례적인 검찰총장의 방문에 대해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 경찰의 상위기관이라는 틀을 깨고 수평적이고 협력적인 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행보”라고 평가했다. 반면 다른 경찰 관계자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라는 현 정부의 공약에 호응하는 듯한 보여주기식 방문에 불과하다”고 바라봤다.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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