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8일 주요 기업인 간담회 이틀째에서도 맞춤형 질문을 던지며 참석한 재계 총수들과 대화를 주도해나갔다. 문 대통령은 ‘우리 회장님’이라는 호칭으로 총수들을 대하며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 청와대를 방문한 기업인들의 경계심을 낮추고 신뢰감을 쌓는 데 주력했다. 이미 1차 간담회에서 일종의 ‘힌트’를 얻은 이날 참석자들은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국정 철학인 일자리 창출과 4차 산업혁명, 사회적 경제에 대해 선제적으로 언급했다. 간담회는 오후6시 무렵부터 약 2시간10분간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1차 간담회와 마찬가지로 맥주 칵테일을 들고 참석자 한 명 한 명과 대화를 이어나갔다. 칵테일 타임의 하이라이트는 문 대통령과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과의 대화였다. 문 대통령은 최 회장에게 “그간 조선 경기가 워낙 안 좋아서 고생을 많이 했다”고 위로하자 최 회장은 “요즘 조선소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위축돼 있다”며 “지난 2014년부터 기름값(국제유가)이 내려가니까 (선박) 발주가 끊겼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문 대통령이 “요즘 경기가 살아나 수주가 늘지 않았느냐”고 되묻자 최 회장은 “통계의 착시”라며 “(수주를) 많이 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전년도 실적이 바닥이면 이듬해 실적이 약간만 올라도 크게 수주가 늘어난 것처럼 보이는 기조효과를 지적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설명에 문 대통령은 “조선산업 힘내라고 박수를 한번 칠까요”라고 제안했고 참석자들이 일제히 손뼉을 치며 함께 최 회장을 응원했다.
이날 2차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인들은 문 대통령의 꼼꼼한 현안 질의에 깨알 같은 제언으로 답변했다. 각 업종별로 인력수급난 등을 호소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문 대통령의 코드에 맞춰 일자리 창출과 사회적 기여 의지를 자세히 소개하기도 했다. 특히 최태원 SK 회장은 ‘사회적 기업’을 매개로 문 대통령과 대화를 이어나가 문 대통령의 호응을 얻었다. 최 회장은 ‘사회적 기업’이라는 책을 쓴 적도 있다. 최 회장은 “지금 저희는 여러 형태를 실험해보고 있는데 사회적 기업이 대표적인 예”라며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사회적 기업 200개의 지원을 통해 고용창출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적 기업이 정부의 공공조달 시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관계 법안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해보라”고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에게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19대 국회의원 시절 사회적 경제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칵테일 타임에서도 조선 불황에 대해 설명한 최길선 회장이 다시 한번 어려움을 말하자 문 대통령은 “오는 2019년께면 조선산업이 나아질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는데 그때까지라도 공공발주를 통해 자체 수요를 늘리는 방법을 고려할 것”이라며 “중소업체의 경우 수주하더라도 금융지원이 있어야 효과가 있으므로 이들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 방안 찾아보라”고 참모진에 지시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롯데가 여성 고용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아울러 “서비스산업과 유통 분야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제조 분야에 비해 크다”며 서비스산업 육성 대책을 정부가 마련해달라고 건의했다. 서비스산업 육성 건의는 1차 간담회 때도 주요 건의사항에 포함된 바 있다.
허창수 GS 회장 역시 “일자리 창출과 세금을 많이 내도록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GS의 경우 GS리테일 가맹점주에 대해 최저 수입 보장을 확대해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정부도 (세금을 많이 내는 기업에) 지원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반도체는 당연히 잘 알아서 하겠지라고 생각하는데 현재 반도체도 인력수급 문제에 크게 봉착해 있다”며 “4차 산업혁명 근간인 반도체산업과 관련해 인력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이공계 인력 양성, 반도체 소재 장비 중소·중견기업 육성을 위한 노력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