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7일 경기도 안산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만난 김호겸(37) 포어스 대표는 책상 위에 놓인 밝게 웃는 모습의 여섯 살짜리 아들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김 대표는 “3월 입교한 뒤 자정 전에 퇴근한 적이 거의 없다”며 “어제도 새벽3시에 퇴근해 아침에도 아이가 자는 모습만 보고 나왔다”고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당분간 어쩔 수 없다. 그가 공들여 준비한 창업 아이템인 ‘로드킬 예방 시스템’ 이 첫 결실을 내기 직전이기 때문. 김 대표는 “드디어 사업 시작 이후 첫 매출을 앞두고 있다”며 “아이와 놀아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지금은 가족을 위해 빨리 사업을 안정시키는 게 먼저”라고 의지를 다졌다.
‘사관학교’라고 하면 많은 이들이 육사나 해사·공사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창업·자영업 시장에도 ‘전사’를 길러내는 곳이 있다. 기술창업자를 양성하는 청년창업사관학교(중소기업진흥공단)와 강한 자영업자를 육성하는 신사업창업사관학교(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다. 창업사관학교는 군인처럼 총을 들고 싸우지는 않지만 생존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창업전선’에서 살아남는 법을 가르친다. 예비 또는 재기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이론과 실습 교육은 물론이고 성과가 부족한 교육생은 중도 탈락시키는 등 엄격한 평가를 통해 강하고 생존력 있는 사업자를 길러낸다. 이 덕분에 창업사관학교 출신 사업자들은 하루 평균 2,500개 사업장이 문을 닫는 냉혹한 현실에서도 생존율이 일반 창업자들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준비된 창업이야말로 ‘정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무기라는 점을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올해 두 곳의 창업사관학교에서는 모두 700여명이 교육을 받는다. 이우수 청년창업사관학교 교장은 “사관학교를 졸업하더라도 사업이 자리 잡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리고 실패할 수도 있지만 최대한 많은 것을 미리 겪어보고 준비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졸업한 지 4~5년 된 학생들이 힘든 과정을 거쳐 사업을 안착시켰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반갑고 기쁘다”고 말했다. /안산=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