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최고의 암살자 ‘곤’으로 지난 2개월간 시청자들을 만난 배우 김서경이 ‘군주’가 남긴 특별한 선물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난 13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군주-가면의 주인’(극본 박혜진 정해리, 연출 노도철 박원국, 이하 ‘군주’)에서 강렬한 카리스마를 뽐낸 배우 김서경이 “배우 생활 하면서, 이렇게 현장에서 편하게 있어본 적 없었다”며 “하늘에서 도와준 특별한 촬영장이었다”고 말했다.
사실 김서경이 드라마 종영 인터뷰에 응한 건 2013년 MBC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 ’ 이후 4년만이다. 그만큼 그 누구보다 의미 있었던 드라마가 바로 ‘군주’였기 때문.
이번 ‘군주’ 스태프들 대부분은 이미 한차례 이상씩 만나서 작업을 한 분들이다. 모두들 애정으로 서로를 대해줬고 정이 넘쳐 난 현장이었다. 마치 ‘곤’이가 편하게 한번 연기를 해보라고 판을 깔아준 느낌이 들 정도였다고 한다.
“드라마 연기 첫 데뷔작이 MBC 남자가 사랑할 때였어요. 4년 전 촬영 때만 해도 누가 A팀 감독이고 B팀 감독인지도 몰랐어요. 심지어 스크립터가 누구인지도 몰랐어요. 모두들 다 어렵기만 한 선생님들이니까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인사하고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거든요.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4년이 흘렀어요. 이번에 다시 MBC 현장에 왔는데, 그 때 봤던 분들이 ‘오랜만이다. 서경아 ”하는데 저는 그 분들 얼굴을 못 알아봤어요. 그 때가 완전 데뷔작이고 긴장을 많이 해서 그랬나봐요. 알고보니까 메인 감독님 빼곤 다 한번씩 만났던 스태프이던걸요. 연출팀, 카메라팀 모두 알아봐주시고 인사를 해주셔서 감사했어요. 정말 하늘에서 도왔구나란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언제 이렇게 만나서 편하게 남자 사극을 또 해보겠어요.“
13일 ‘군주’ 최종회가 끝나고 밤 11시가 되자마자 단체 카톡방엔 유승호가 “고생하셨습니다” 란 말을 올렸다고 한다. 그 말을 보고 김서경은 ‘우리가 사람이 남았구나’ 란 걸 제대로 느꼈다고 했다.
“드라마는 결국 끝나고 잊혀져요. ‘곤’이란 아이에게 호기심을 느끼셨던 분들도 시간이 흐르면 잊혀진다는 걸 알아요. 그것과는 별개로 함께 작업한 고마운 사람들은 잊혀지지 않아요. 또 다른 작품에서 함께 작업하고 싶어한다면 된거죠. ”
짧고 굵게 만난 ‘군주’의 인연은 소통의 기술도 알게 해줬다. 카메라 감독님은 “곤아, 네가 니 인생샷을 찍어주겠다.”고 말을 하는가 하면, 배우는 “식구처럼 편하게 생각하고 연기를 했다”는 말을 건넸다고 한다.
“저는 이 작품을 통해서 스태프들과 소통하는 기술을 배웠어요. 내가 편하게 연기할 수 있으려면 스태프를 식구로 생각해야죠. 그만큼 믿고 간다는 의미죠. 0.05초 칼을 들고 있는 장면이 있는데, 감독님이 그 장면을 찍기 전에 인생샷이라고 말 했어요. 실제로 그 말대로 됐어요. 배우와 연출팀이 이런 농담을 나눌 수 있는 게 쉽지 않거든요. 특히 아직 경력이 많지 않은 제 위치에서는 더더욱이요. 그만큼 서로를 믿고 간다는 게 좋습니다.”
김서경의 인생 연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는 “10점 만점에 5점 정도로 평가한다”며 계속 발전해 나갈 것임을 피력했다.
“ 이 다음 작품이 뭐가 될 진 모르겠지만 그 때 더 미쳐서 파고들어가려고 해요. 이번 ‘군주’ 도 정말 최선을 다했어요. 최선을 다 했지만, 늘 당사자에게 남는 건 아쉬움이잖아요. 시험 못보고 집에 가면 엄마가 혼 내는데, 사실 당사자도 왜 잘 보고 싶지 않았겠어요. 못보고 싶어서 못 본 사람이 어디있어요? 늘 잘 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거죠.”
일희일비하지 않는 김서경은 ‘곤’이란 인물로 살며 많은 박수를 받았다. 그는 이런 관심이 오래 가지 않은 것이란 것도 알고 있다. 그 이후가 더 중요하다는 걸 아는 배우인 그는 주변에 있는 배우들이 함께 잘 됐으면 하는 바람도 피력했다.
“주변에서 쉽게 무너지는 사람이 많아요. 오디션에 떨어졌다고 힘 빠지고, 불러주지 않는다고 좌절하는데, 사실 오디션은 떨어지라고 있는거에요. 제가 ‘곤’이란 역할을 하면서 친구들이 굉장히 박수를 쳐줬어요. 그 뒤에 ‘넌 변할 것이다’ 란 말도 덧붙였어요. 그들이 그렇게 말하는 것 자체가 응원을 주는거라 생각해요.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친구들이잖아요. 먼저 가는 친구가 있으면 앞에서 끌어주면 되는거잖아요. 누가 더 잘 됐다고 해서 다른 이를 배제하는 게 아니라 더 많은 정보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도움이 될 수 있는 포인트의 시작이 되었으면 해요.”
본능주의자 김서경은 “배우에게 중요한 건 본능이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배우적으로 살아있는 본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무엇보다 배우에겐 본능이 중요해요. 아무리 연습을 많이 하고, 수십 번 대본을 읽고 연습해도, 무대에 올라간 순간부턴 본능이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해요. 본능이란 게 봐서 느끼는거잖아요. 이 장면에서 기술적으로 눈을 깜빡일거야라고 생각해도 그대로 되지 않아요. 연습이 중요한 게 사실이지만, 본능에 더 많은 것들이 포함이 돼 있다고 생각해요. 끼가 있어도 되는 것도 아니고, 타고난 암기력만으로 되는 것도 아닌게 바로 본능이거든요. 배우로 살기로 마음먹은 순간, 하나 하나의 움직임이 무대에서 본능적으로 나온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그는 “김서경은 본능주의자입니다...”고 했다. 특히 ‘다’ 이후에 마침표가 아닌 말 줄임표를 꼭 넣어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마침표를 찍지 마지고, 점점점(...)을 넣어서 저에 대해 더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줬으면 해요. 물음표(?)로 끝나면 이 친구 뭐야? 란 느낌을 주잖아요. 마침표(.)를 찍으면 뭔가 다 결정된 인상을 주니까요. 하하.”
김서경의 연기 본능은 늘 ing 형이다. 그의 차기작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