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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톡] “무인도→방콕→썸머페스티벌?”…‘무한도전’, 레전드 여름특집史

‘무한도전’이 ‘썸머 페스티벌’을 연다. 시원한 웃음으로 무더위를 날려버리겠다는 각오다. 무인도, 방콕 여행, 공포 체험 등 수많은 여름 특집으로 큰 웃음을 안긴 ‘무한도전’이 과연 이번에도 레전드 역사를 쓸 수 있을까.

오는 29일 방송되는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는 ‘썸머 페스티벌’ 특집이 펼쳐진다. 멤버들은 고창 수박축제, 신촌 물총축제, 프랑스 디네앙블랑, 보령 머드축제, 대구 치맥파티, 뮤직페스티벌 등 국내외 유명 페스티벌 6개를 단 하루 동안 즐기게 된다.




/사진=MBC ‘무한도전’/사진=MBC ‘무한도전’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하하, 양세형 다섯 멤버 외 페스티벌 레이디 홍진경, 김신영이 가세했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특급손님까지 등장할 예정이다. ‘무한도전’ 측에 따르면 이들은 여의도 MBC 곳곳을 누비며 썸머 페스티벌을 알차게 즐겼다고.

최근 유재석과 정준하가 특수 제작 의상을 입은 채 물총을 들고 있는 스틸컷이 공개됐다. 멤버들은 미션을 받아 두 팀으로 나뉘어 서바이벌을 즐겼다는 후문. 박명수는 썸머 페스티벌을 마무리하며 “오늘 갈아입은 팬티가 우리 집에도 그만큼이 없어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썸머 페스티벌이라는 탈을 쓴 생고생이 아니었나 짐작해 볼 수도 있겠다.

‘무한도전’은 매년 6월에서 8월 사이 계절감에 걸맞은 특집을 마련했다. 여름은 바야흐로 바캉스의 계절. 시청자들은 ‘무한도전’ 멤버들이 여름 특집에 임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리만족했다. TV 앞에 모여 크게 웃는 순간만큼은 더위도 저 멀리 물러갔다. 그 중에서도 유독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안겼던 특집을 되돌아봤다.

본격적인 시작은 2007년 6월 방송된 ‘무인도 특집’이다. 휴가인 줄 알고 떠난 멤버들은 무인도에 갇혀 야자열매와 아이스크림 등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김태호PD의 사기꾼(?)기질과 멤버들의 약육강식 야생 생존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편이다. 더불어 지난 3월 레전드 특집 당시 시청자가 뽑은 리얼 버라이어티 베스트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사진=MBC ‘무한도전’/사진=MBC ‘무한도전’


2010년 ‘시크릿 바캉스’를 기억하는 팬들도 많다. 모든 멤버가 정형돈의 스타일링을 그대로 따라해 그의 ‘미친 존재감’이 특히 빛났던 특집이다. 멤버들은 은갈치 양복과 구두(반드시 구겨 신어야 함) 등 정형돈의 패션부터 행동까지 똑같이 따라 하기 위해 노력했다. 주사위 굴리기를 통해 춘천을 여행하며 멤버들의 돈독한 케미를 뽐냈던 특집으로 기억에 남는다.

당시 오프닝에서 실한 웃음을 뽑아내던 코너가 있으니, ‘일찍 와주길 바라’다. 정준하는 꼴찌로 도착해 벌금을 내고 총무까지 맡았다. ‘정총무’ 캐릭터까지 탄생한 순간이었다. 정준하는 이어 준비되지 않은 예산을 자비로 충당하며 ‘쿨가이 정총무’라는 별명까지 안게 됐다. 춘천 가는 기차 안에서 간식 골든벨을 울리는 것만으로도 큰 웃음을 만들었던 편이다.

2014년 ‘방콕 특집’ 역시 멤버들을 감쪽같이 속이는 김태호 PD의 기획력이 빛났다. 인천공항에 모인 멤버들은 짐을 부치고 항공권까지 받았으나 결국 서울의 한 옥탑‘방’에 ‘콕’박히게 됐다. ‘코끼리 쇼’대신 ‘코끼리 코’한 후 과자 먹기, ‘워터파크’ 대신 ‘미니 풀’과 ‘어린이용 미끄럼틀’ 타기 등 그야말로 B급 감성의 총체였다.

‘무한도전’을 초창기부터 봐왔던 팬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반가웠던 특집이다. 마무리로 라텍스 강제 구매까지 ‘깨알 같은’ 재미가 넘쳤다. 또한 무에타이를 보여주겠다며 로우킥을 날린 김란주 작가와 무표정으로 미쓰에이, 카라, 샤이니의 춤을 추던 김윤의 작가의 활약이 대단했다. ‘무한도전’은 출연진은 물론 제작진까지 예능감이 넘친다는 것을 증명했다.

/사진=MBC ‘무한도전’/사진=MBC ‘무한도전’


2015년에도 방콕이라는 행선지는 멤버들을 낚는데 큰 몫을 했다. 김태호 PD는 ‘10주년 기념 포상휴가’라는 명목으로 멤버들을 방콕까지 데려갔다. 다만 방콕 공항에서 특집의 타이틀이 바뀌었다. 알고 보니 포상휴가가 아닌 극한 알바의 해외판 특집이었던 것. 이야기를 들은 하하의 현실 분노는 시청자들을 감정 이입하게 만들기도 했다.


결국 유재석과 광희는 인도에서 손빨래를, 박명수와 정준하는 케냐에서 코끼리 돌보기를, 하하와 정형돈은 중국에서 잔도공 체험을 하게 됐다. 이 중 하하와 정형돈은 잔도공에 포기를 선언, 윈난 성 가마꾼 알바로 직종을 바꿨다. 실제 극한에 도전한 멤버들의 화를 잠재우기 위해 김태호 PD는 알바가 모두 끝난 후 ‘REAL 방콕’ 특집을 마련, 진짜 포상 휴가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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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를 물리칠 때 가장 효과가 좋은 것이 바로 공포다. 소름 돋는 오싹함으로 더위를 가라앉혀줄 수 있기에 여름 예능에서 단골 소재로 활용되기도 한다. ‘무한도전’은 2006년 폐교와 민속촌을 배경으로 몰래카메라 형식의 납량특집을 펼쳤다. 제작진이 모두 모습을 감춘 뒤 오로지 CCTV로만 멤버들을 비춰 리얼한 반응을 이끌어 냈다.

2016년에는 당시 유행한 영화 ‘곡성’을 패러디한 ‘귀곡성’ 특집이 꾸며졌다. 이번에는 제작진이 아니라 멤버들이 직접 귀신의 집을 만들었다. 멤버들은 퀴즈를 통해 각종 공포 소품을 얻어 상대방을 놀라게 했다. 서로의 귀신의 집을 체험하면서 비명을 지르는 멤버는 벌칙을 받게 됐고, 그 벌칙이란 귀신 분장을 한 연기자들과 함께 공포 영화를 관람하는 것이었다.

/사진=MBC ‘무한도전’/사진=MBC ‘무한도전’


‘무한도전의 여름’하면 2년마다 돌아오는 가요제도 빼놓을 수 없다. 계절감에 가장 부합했던 가요제는 2009년 열린 올림픽대로 듀엣가요제다. 당시 노홍철은 노브레인과 함께 ‘더위 먹은 갈매기’를 선보였다. “여름”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가사를 두 눈 부릅뜨고 부르는 모습은 마치 광기에 사로잡힌 사람 같기도 했다.

박명수는 전 소녀시대 멤버 제시카와 가슴 속이 시원해지는 ‘냉면’을, 정준하는 애프터스쿨과 여름철 대표적인 보양식을 담은 ‘영계백숙’을 불렀다. 2011년 서해안고속도로 가요제부터는 스케일이 커지면서 여름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다양한 주제의 노래가 등장했다. 홀수 해의 여름마다 치러온 만큼, 올해도 가요제를 기다리는 목소리가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그 외 멤버들이 국민학생으로 변한 2009년 여름방학 특집, 폭우로 야외 촬영이 취소되자 급하게 지인들을 불러 세트 안에서 촬영했던 2011년 우천시 취소 특집, 2012년 니가 가라 하와이 특집의 결과물로 완성된 2013년 와이키키 브라더스 특집, 7인의 예능 유망주를 키워주겠다던 2013년 여름예능캠프 특집, 2014년 열대야특집 등 다양한 특집이 매 해 여름을 채웠다.

숱한 멤버 교체와 휴식기 이후 누군가는 ‘무한도전’이 감을 잃었다고도 한다. 그러나 국내 예능프로그램 중 ‘무한도전’이 쌓은 역사가 대단하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지금 여기에 언급된 여름 특집만 돌려 봐도 며칠은 꼬박 걸릴 정도다. 물론, 다시 봐도 여전히 ‘빵빵’ 터진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사진=MBC ‘무한도전’/사진=MBC ‘무한도전’


다행히도 7월 들어서 ‘진짜 사나이’ 특집으로 폼을 회복했다는 평을 얻고 있다. 멤버들 속이는 것만큼은 세상 이길 자 없는 김태호 PD다. 여름 바캉스 떠나자고 해놓고서는 군대에 몰아넣을 줄을 누가 알았겠나. 힘든 2박 3일은 멤버들의 돈독함을 다지는 계기가 됐고, 덕분에 초기 ‘무한도전’에서 추구했던 웃음도 찾을 수 있었다.

이 같은 ‘진짜 사나이’ 특집의 기세를 몰아 본격 여름 특집인 ‘썸머 페스티벌’이 출격한다. 여의도 MBC에서 몰아서 즐기는 페스티벌은 또 얼마나 유치하고 황당하며 재미있을까. 소소한 설정과 기막힌 상황 속에서 나오는 큰 웃음을 기대해보자.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양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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