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자유무역협정(FTA) 가정교사’로 불리는 김현종(58·사진) 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 위원이 30일 문재인 정부의 첫 번째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지명됐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 교역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통상 환경이 매우 어려워진 상황에서 임명된 김 신임 본부장은 한미 FTA 개정 협상 등 산적한 통상 현안을 책임지는 중책을 맡게 됐다.
김 본부장은 참여정부 시절 민간으로는 처음으로 통상교섭본부장(당시는 외교부 소속)에 발탁돼 한미 FTA 체결을 주도했다. 국제 통상 현안 관련 지식과 협상 기술이 탁월해 ‘노무현 대통령의 FTA 가정교사’라고 불릴 정도로 통상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상대국 협상 대표자들도 테이블에 ‘김현종’이 나온다고 하면 긴장할 정도로 그의 협상력을 인정한다는 후문이다.
김 본부장은 학계와 재계, 법조계와 정부, 해외 기구 등 다방면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통상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사회생활 초부터 월가 밀뱅크트위드 법률사무소 변호사와 홍익대 무역학과 교수, 동양인 최초 및 최연소 WTO 수석법률자문관을 지냈다. 지난 1995년에는 외무부 통상고문변호사로 뽑힌 뒤 1998년 통상교섭본부 통상전문관을 지냈고 이어 WTO로 옮겨 법률국 수석 고문변호사 등을 지냈다.
참여정부 인수위원회 시절에는 통상 현안을 보고하다 노 대통령의 눈에 들어 2003년 5월 통상교섭본부 2인자인 통상교섭조정관(1급)으로 발탁됐다. 조정관으로 있으면서 우리나라 FTA 추진 로드맵을 만들었다. 2004년에는 불과 45세의 나이로 통상 정책의 사령탑인 통상교섭본부장으로 파격 승진해 한미 FTA 체결을 성사시켰다. 이후 2007~2008년에는 유엔 대사를 지냈고 2009~2011년에는 삼성전자 해외법무담당 사장을 맡기도 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WTO 분쟁해결기구(DSB) 정례회의에서 상소기구 위원을 맡고 있다.
김 본부장이 이끌게 될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새 정부 정부조직법 개정을 통해 신설됐다. 새 정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직제상으로는 차관급 인사지만 대외적으로는 ‘통상장관(Minister of trade)’이라는 명칭을 사용해 장관급 위상을 누리게 된다.
김 본부장은 앞으로 한미 FTA 개정 협상 등 산적한 통상 현안을 주도해 처리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 본부장이 취임하고 가장 먼저 맡게 될 임무는 조만간 열릴 한미 FTA 공동위원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산업부는 공동위를 통상교섭본부장 임명 등 정부 조직개편이 끝난 후로 하자는 입장을 미국에 전달했는데 김 본부장이 임명됨에 따라 더 이상 미룰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김 본부장은 한미 FTA 체결을 직접 이끈 경험이 있는 만큼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이 무역적자를 이유로 요구하는 사안들을 얼마나 잘 막아내고 우리가 새롭게 얻어내야 할 것들을 얼마나 받아낼지가 관건이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1959년 서울 △컬럼비아대 정치학 학사·석사 △컬럼비아대 로스쿨 법무박사 △미 밀뱅크트위드 법률사무소 변호사 △홍익대 무역학과 조교수 △외무부 통상자문 변호사 △WTO 법률국 법률자문관 △통상교섭본부 통상교섭조정관(차관보)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외교통상부 주유엔대한민국대표부 특명전권대사 △삼성전자 해외법무 책임자(사장) △한국외국어대 LT(Language & Trade)학부 정교수(현) △WTO 상소기구 위원(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