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재판부는 “이온·바텐폴·RWE는 할당된 발전량을 다 발전할 때까지 원자로 가동이 가능했는데 ‘2011년 탈원자력법’을 통해 전력 3사는 의무적으로 정해진 기일에 8기의 원전 폐쇄를 확정하게 됐다”며 “정부는 각 원자로의 기존 할당발전량을 보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들의 재산권을 명확하게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이어 “2011년 탈원자력법은 부분적으로 위헌”이라며 “원고인 3개 전력회사에 연방정부는 피해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독일 헌재는 구체적인 보상액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현지 언론은 손해금액을 190억유로(23조650억원) 규모로 추정했다.
탈원전 정책을 몰아붙이면서 법적인 허점도 발견됐다. 독일의 전력회사는 1년에 두 번 핵연료봉을 교체할 때 핵연료 1g당 145유로를 납부하는데 독일 정부는 2011년 노후 원전 8기의 원자로를 조기 폐쇄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까지 핵연료세를 계속 부과한 것이다. 전력회사들은 이에 대해서도 소송을 제기했고 올해 6월 ‘위헌’ 판결이 내려졌다. 독일 연방정부는 보상액 이외에 잘못 거둬들인 약 63억유로(약 8조원)의 핵연료세까지 환급해야 한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 역시 독일 정부의 사례를 참고해 탈원전 정책의 내용과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독일의 경우 민간기업이었기 때문에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지만 한국의 경우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 공기업이기 때문에 정부에 소송을 제기하기는 힘들다”면서도 “정부가 책임을 지겠다고 공언한데다 협력업체 보상비용과 각종 소송비용 등을 감안하면 정부가 신고리 5·6호기 영구중단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던 2조6,000억원 손실보다는 훨씬 큰 금액을 물어줘야 할 가능성도 크다”고 내다봤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