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했습니다. 제가 특허까지 가진 기술을 빼앗겼고 발명가인 제가 만든 제품이 오히려 짝퉁 취급을 받았어요. 앞으로는 내 기술을 스스로 지키는 것에도 매진할 계획입니다”
홍길몽(57·사진) 대표가 2013년 창업한 오그릴은 가정용 비전기식 조리기구를 만든다. 이 회사는 홍 대표가 두 번째로 창업한 회사다. 그는 일회용 숯불구이기 관련해서만 5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기술력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는다고 자신했지만 앞선 창업은 실패로 끝났다.
특허기술을 상용화하는 구간마다 투자자가 접근해왔다. 평생 엔지니어로서만 살아온 홍 대표는 그들과 투자계약을 체결하면서 자신이 보호받을 수 있는 법적 안전장치를 만들지 못했다. 결국 기술을 빼앗기고 자신의 회사는 파산했다.
홍 대표는 “누군가가 힘들게 창조해낸 것을 무단으로 도용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그렇게 첫 번째 파산이 있고 나서 두 번째 창업 때도 비슷한 기술도용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것은 그나마 특허침해소송에서 승소해서 무사히 지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소송에서 이기긴 했지만 과정은 험난했다. 기술을 빼돌렸던 상대 회사는 대형로펌을 선임하며 방어에 나섰지만 자금 여유가 없었던 홍 대표는 난감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지식재산보호원 공익변리사특허상담센터의 법률지원을 받으면서 그나마 반전의 기회를 찾았다. 그는 “영세 중소기업은 제품개발·마케팅·특허출원·전시회 참가 등 기본적으로 해야 할 부분에서 많은 비용을 써야 하기 때문에 소송 대응능력은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공익변리사의 도움이 없었다면 또 다시 억울한 일을 당했을 것”이라고 가슴을 쓸어 내렸다.
기술보증기금이 운영하고 있는 ‘재도전기업주 재기지원보증’은 가뭄에 단비가 됐다. 이 사업은 재기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한해 회생지원보증과 함께 신규보증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지난 2010년부터 시행됐다. 구상채권을 변제하지 못한 기업이 대상이다.
기보에 따르면 현재까지 총 591개 중소기업이 726억원의 보증지원을 받았다. 오그릴은 역시 이 제도를 통해 회생자금 1억5,600만원과 추가운전자금 1억7,000만원을 지원받아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홍 대표는 “여러 소송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었고, 자금압박은 점점 심해지는 상황에서 재도전 사업을 알게 됐다”며 “지원자금을 운전자금으로 활용해 데스밸리를 넘기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그릴은 최근 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에 입점한 데 이어 공중파 방송에도 제품이 노출돼 매출을 늘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그는 “우리처럼 남다른 기술은 있지만 규모가 영세해 특허침해 같은 사건에 대응하기 어려운 기업들에 도움이 될 만한 제도가 많이 있지만 홍보가 잘 안돼 있는 점이 아쉽다”며 “재기지원사업이나 지적재산 보호 등과 같은 여러 장치가 영세 중소기업들에 더 많이 알려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김규옥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은 “성실한 실패기업인이 재기에 성공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시기”라며 “올해는 다중채무자에 대한 지원을 확대 운영할 계획”이라고 지원 의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