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기습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4기 발사대 임시 배치를 지시한 것을 두고 여야가 정면으로 부딪혔다. 특히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부터 ‘슈퍼리치 증세’까지 여당에 정국 주도권을 뺏겼던 야권이 ‘안보’를 내세우며 프레임 전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사드 임시 배치와 관련해 “시의 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최종 배치 여부는 여전히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3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간 전략적 억제력 강화 방안 협의를 지시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 요청을 통한 강력한 대북제재안 마련을 지시한 점, 사드 잔여 발사대 추가 배치를 진행한 점 등은 시의 적절한 조치”라고 밝혔다.
우 원내대표는 “(사드 본격 배치는) 부지 환경영향평가에 따라 신중하게 결정해나가기를 엄중히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야권은 ‘꼼수’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특히 자유한국당 내부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지적하며 ‘핵무장론’까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정부는) 사드 배치를 절차적 정당성을 핑계 삼아 내심 반대해오다가 북한의 심야 미사일 도발로 국가 안보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자 이제는 임시라는 꼼수를 통해 국민의 비난을 피하려 한다”고 밝혔다.
원유철 한국당 의원은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우리도 즉각 한국형 핵무장 프로그램을 작동시킨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도 각각 임시 배치 발표에 대해 우려 입장을 보였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안보 줄타기 외교’라고 평가하며 “북한의 위협이 거세니 배치해 두고 환경영향평가 결과에 따라 다시 철수시키겠다는 것인지, 중국에 ‘최종 결정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던지기 위한 것인지 묻는다”고 말했다.
전지명 바른정당 대변인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식의 무책임하고 부적절한 결정”이라며 “만일 환경영향평가 결과가 ‘배치 불가’로 나온다면 우리 국민을 북한의 공격과 위협 속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시킬 것인지 묻는다”고 밝혔다.
야권의 반발은 문재인 정부의 ‘대화’ 위주 대북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정국을 전환시키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보수 야당의 경우 ‘안보’ 프레임 속에서 정부 여당에 밀렸던 존재감 회복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