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전 “공격적으로 잘 던질 것”이라고 류현진(30·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호투를 기대했던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기대 이상이라는 표정이었다. 경기 후 “정말로”라는 수식어를 여러 차례 사용해야 했다. “정말로 뛰어난 투구를 선보였고 정말로 대단한 경기를 펼쳤습니다. 경기 내내 뛰어난 제구력을 선보였고 공을 낮게 던지면서 구위로 상대 타자들을 압도했습니다. 경기를 지배했습니다.”
류현진이 31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와의 메이저리그 홈경기에서 어깨 부상 복귀 후 최고의 투구를 선보였다. 7이닝 5피안타 1볼넷 7탈삼진 무실점. 7이닝 이상을 던져 무실점으로 막기는 지난 2014년 8월8일 LA 에인절스전(7이닝 2피안타 무실점) 이후 1,088일 만이다. 선발로 나서 무실점으로 마운드를 내려간 것도 1,088일 만. 류현진은 2014시즌 뒤 팔꿈치와 어깨 수술을 받느라 두 시즌을 걸렀다.
올 시즌 세 번째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로 평균자책점도 4.17에서 3.83으로 좋아졌다. 3점대 진입은 6월1일 세인트루이스전(6이닝 3피안타 1실점) 이후 두 달 만이다. ‘오렌지카운티 레지스터’는 “류현진이 최근 3년간 최고의 피칭을 했다”며 현란한 변화구로 타자를 맞혀 잡던 2013·2014년의 모습이 보였다고 평했다.
“모든 구종이 다 통했다”는 감독의 칭찬은 류현진의 눈부신 호투가 ‘반짝’이 아닐 것이라는 더 큰 기대를 갖게 한다. “서너 가지의 좋은 (투구) 배합을 하고 있고 커터도 포함돼 있다”는 경기 전 감독의 말대로 류현진은 최고 구속 148㎞의 직구(34개)에 체인지업(28개), 커터(10개), 커브(8개), 슬라이더(5개)를 자유자재로 던졌다. 투구 수 85개의 효율적인 피칭 속에 스트라이크 52개를 꽂았다.
류현진은 그동안 주 무기인 체인지업을 오른손 타자 바깥쪽 공략 때 던졌다. 그러나 이날은 왼손 타자한테도 12개를 던졌다. 전략은 주효했다. 이전까지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0.372로 나빴는데 이날은 좌타자 4명을 11타수 2피안타 3탈삼진으로 틀어막았다. 올 시즌 새로 익힌 구종인 커터도 확실한 투구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다. 슬라이더보다 빠르고 덜 꺾이는 구종인 커터는 스트라이크존 바로 앞에서 오른손 타자 몸쪽, 왼손 타자 바깥쪽으로 휜다. 이렇게 다양한 구종을 이 정도 안정감으로 꾸준히 구사할 수 있다면 완성형 선발투수로 볼 수 있다. 2014년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MVP) 매디슨 범가너도 류현진과 똑같이 7이닝 5피안타 1볼넷 7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오는 8월6일(뉴욕 메츠 원정)로 예상되는 다음 등판에 대한 기대감이 이래저래 높아졌다. 류현진은 “오늘같이 이런 경기를 계속해서 자주 해줘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류현진은 6회까지 단 한 차례도 2루 진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7회 연속 안타 등으로 1사 1·3루의 최대 위기를 맞았으나 중견수 뜬공 때 엔리케 에르난데스의 환상적인 홈 송구로 실점을 피했다. 부상 복귀 후 선발 등판 경기로는 처음으로 장타를 한 개도 맞지 않았고 병살타를 3개나 유도했다. 덕분에 다저스는 한 경기 최다 병살타 구단 신기록(6개)을 작성하며 연장 11회 끝에 3대2로 이겼다. 8연승을 달린 다저스는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1위(0.705·74승31패)를 질주했다.
아쉬운 것은 딱 한 가지. 바로 승운이다. 0대0이던 7회 말 2사 1루에서 대타로 교체된 류현진은 또 승패 없이 물러났다. 6월18일 이후 43일째 3승6패에 멈춰 있다. 경기당 득점 지원은 고작 2.7점.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불운한 선발투수가 바로 류현진이다.
한편 코리안 빅리거 투타 맞대결에서는 류현진이 샌프란시스코 6번 타자 황재균을 2타수 무안타(2루 땅볼·3구 삼진)로 꽁꽁 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