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많고 새로움에 목이 마르지만 돈이 충분치 않은 청년들은 불황형 소비와 경험적 소비를 오가고 있다. 평소 먹거나 입는 것 등에서는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총알(돈)’을 아꼈다가 여가나 여행 등 새로운 경험을 위한 데는 아낌없이 쓰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30일 서울경제신문이 신한카드 트렌드연구소와 신한카드 결제 데이터를 통해 청년들의 의식주·여가 분야와 관련된 업종의 결제 동향을 살펴본 결과 이 같은 소비패턴이 나타났다.
먼저 청년들은 알뜰한 소비를 이끌고 있다. 음식을 무한 리필해주는 식당에서 20대의 상반기 결제건수 비율은 전체의 44.8%에 달했다. 이는 양껏 먹기 어려운 구내식당이나 편의점 도시락을 보완하는 식사로 풀이된다.
쇼핑 시에도 살뜰한 면이 돋보인다. 또 해외직구와 면세점에서도 20대 결제 비중은 각각 28.5%, 23.8%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동기에 비해 2.1%포인트와 1%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취업 3년차인 정모(28)씨는 “해외직구를 통해 같은 물건이라도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알려져 애용한다”며 “또 화장품의 경우 면세점 갈 일이 있을 때 한번에 몰아 사는 친구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자기를 표현하는 좋은 수단인 의류에서도 저렴한 SPA(의류 제조·유통 총괄) 브랜드를 구매하는 비중이 높다. 20대는 SPA 의류 결제 비중의 29%를 차지하는데 이는 일반의류의 27.6%보다 높은 수준이다. 또 목돈을 모아 차량을 사기보다 그때그때 빌려 쓰는 것도 달라진 모습이다. 카셰어링의 20대 이용 비중은 무려 76%에 달하며 30대까지 확대하면 88%에 육박한다. 이렇게 평소 생활에서 아낀 돈은 경험소비에 쓰인다. 해외여행이 특히 두드러진다. 한국과 가까운 일본은 20대 결제 비중이 각각 28.3%이며 전년동기와 비교해도 0.8%포인트 늘었다. 대만과 베트남도 각각 전년보다 1%포인트, 1.6%포인트 늘어난 16.1%, 27.6%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여행이나 도심 바캉스를 즐길 때도 돈을 점점 더 아낌없이 쓰고 있다. 20대의 특급호텔 결제 비중은 전년보다 0.6%포인트 늘어 5분의1에 가까운 19.5%까지 올라왔다. 이 와중에 모텔 결제 비중은 39%에서 37.8%로 1.2%포인트 줄었다.
자신을 위로하는 소비가 꾸준한 것도 눈에 띈다. 인테리어 소품 등을 파는 라이프스타일숍의 20대 결제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21.5%에서 올해 28.4%로 무려 6.9%포인트나 뛰었다. 빠르고 신속한 기분 전환의 대명사인 네일숍은 20대 결제 건수가 30.5%를 차지하고 있다.
남궁설 신한카드 트렌드연구소장은 “돈은 적지만 쓰고 싶은 데는 많다는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한 소비패턴이 생겨나고 있다”며 “불황형 소비를 포함해 청년들이 이끄는 트렌드는 시간이 지나며 점차 다른 세대로도 확산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