랠프 슐로스타인 에버코어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을 래리 핑크 CEO와 함께 설립한 공동창업자로 월가에서 30년 이상 군림해온 투자은행(IB) 업계의 거물이다.
슐로스타인 CEO는 오하이오주 데니슨대 경제학과와 피츠버그대 공공정책학 대학원을 나와 미 의회 합동 경제위원회의 이코노미스트로 1974년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디뎠으며 1977년부터는 지미 카터 행정부 출범과 함께 재무부와 백악관의 경제 관료로 4년간 일했다. 특히 1979년 미 자동차 빅3 중 하나인 크라이슬러사가 위기에 빠지자 구제금융 제공 프로그램을 주도해 회사 회생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카터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면서 슐로스타인은 재무부의 직속 상관이던 로저 올트먼 전 차관보와 함께 리먼브러더스에 입성해 IB 업계에서 본격적으로 명성을 쌓아갔다. 리먼의 주택대출과 저축 부문 성장을 이끌면서 7년 만에 상무이사로 승진한 슐로스타인은 대형 IB를 등지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 1988년 래리 핑크와 함께 블랙록을 창업했다. 이후 1999년 블랙록 상장을 성공으로 이끈 그는 월가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CEO 자리에 올라 블랙록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로 성장하는 데 주춧돌을 놓았다. 현재 블랙록의 세계 운용 자산은 5조1,000억달러(약 5,600조원)에 달한다.
2007년 9월 블랙록 지분 100만주가량을 보유한 채 회사를 떠난 그는 평생의 친구인 올트먼이 리먼을 떠난 후 창업한 에버코어의 CEO로 2009년 부임했다. 그는 워싱턴과 뉴욕을 넘나드는 탄탄한 인맥을 발판으로 기업 M&A 시장에서 총 2조달러에 달하는 계약을 성사시키며 새로운 신화를 쓰고 있다. 특히 지난해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와 최근 아마존의 홀푸드마켓 인수를 성사시켜 또 한번 M&A의 귀재임을 입증했다. 부인인 제인 하틀리 여사는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올 초까지 2년4개월간 프랑스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바 있어 슐로스타인 CEO는 유럽 경제에도 해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뉴욕=손철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