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조만간 발표할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한 추가 대책에는 투기과열지구 지정, 주택거래신고제 등 강도 높은 규제가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정부는 ‘11·3대책’과 ‘6·19대책’을 통해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 과천 등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선정하고 아파트 분양권전매 제한, 청약 재당첨 제한 등의 규제를 적용했으나 서울·부산 등 일부 지역의 집값 상승세를 잡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투기수요를 확실하게 차단할 수 있도록 아파트 청약뿐만 아니라 대출·재건축 등 여러 분야에 적용되는 강력한 규제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3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이번에 발표할 추가 대책에 포함될 내용으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은 투기과열지구 지정이다. 투기과열지구 지정은 이미 정부가 11·3대책과 6·19대책 발표 당시에 적용 가능성을 시사했던 내용이다. 박선호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지난 6월19일 대책 발표 당시 “올해 초부터 이어진 주택시장의 과열 추세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지속된다면 투기과열지구를 즉각적으로 지정할 계획”이라며 “11·3대책 때보다 전향적으로 가능성을 열어두고 시장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투기과열지구 적용 가능성을 한 단계 더 높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투기과열지구는 지난 2002년 서울 전역 및 수도권을 중심으로 적용됐다가 2011년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가 마지막으로 해제되면서 사라진 제도다. 아파트 소유권 이전 등기 완료(입주)까지 분양권전매 제한, 5년 내 재당첨 금지 등 청약 1순위 자격 제한과 같은 청약 관련 규제뿐만 아니라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내 재건축아파트 후분양제 적용 등 재건축 아파트 규제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한도가 최대 40%까지 강화되는 금융규제도 함께 적용된다. 이 중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가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의 진원지로 꼽히는 강남 재건축 아파트 거래를 위축시킬 수 있는 내용으로 꼽힌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취임사에서 집값 상승의 원인은 다주택자의 투기적 수요에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따라서 다주택자의 투기수요를 막기 위한 대책으로 △주택거래신고제 도입 △양도소득세 중과세 △금융규제 강화 등이 거론된다.
2015년에 폐지된 주택거래신고제가 부활해 신고지역으로 지정되면 전용면적 60㎡를 초과하는 기존 아파트를 구입할 때 15일 이내에 관할 시군구에 계약 내용과 실거래가격을 신고해야 하며 거래가액이 6억원을 초과할 경우 해당 주택에 대한 구입 자금 조달 및 입주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 역시 2014년 폐지된 것으로 2주택자의 경우 양도차익의 50%를, 3주택자 이상에 대해서는 60%를 양도소득세로 부과한다.
이러한 규제가 실행될 경우 단기적으로는 집값 상승세가 진정될 것이라는 게 여러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러나 참여정부 시기에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포함한 강력한 규제들이 도입됐음에도 집값이 상승했던 사례를 감안하면 근본적인 대책은 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포함한 여러 규제가 함께 도입되면 집값 상승세를 차단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집값 상승세의 근본 원인인 저금리에 따른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수요를 옥죄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국토부는 이번 2차 부동산대책과 별개로 투기 단속을 강화하기 위해 사법경찰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현재 철도 및 도로 관련 업무에 사법경찰제도가 도입돼 있으며 부동산 투기와 관련해 사법경찰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의 제5조와 6조를 개정해 사법경찰 지정 대상 및 직무범위를 규정해야 한다. /박경훈·고병기기자 soco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