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경영 복귀한 이재현 CJ그룹 회장 공격 투자로 ‘그레이트 CJ’ 완성한다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 7월호에 실린기사입니다.

이재현 회장 복귀로 CJ그룹의 경영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파격적인 조직문화 개편에 이어 36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 계획에 시동이 걸리면서 그룹 전반에 활기가 되살아나는 모습이다. CJ그룹이 이 회장 경영 복귀 후 ‘그레이트 CJ’ 비전 기반 다지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연구개발 센터 CJ블로썸파크 외경.CJ제일제당의 연구개발 센터 CJ블로썸파크 외경.




CJ블로썸파크는 CJ의 로고인 꽃잎 3개가 모여있는 모양을 형상화해 만들었다.  개별 건물 3개는 개방형 통로로 연결되어 있으며 중앙 로비는 열린 공간으로 만들었다.CJ블로썸파크는 CJ의 로고인 꽃잎 3개가 모여있는 모양을 형상화해 만들었다. 개별 건물 3개는 개방형 통로로 연결되어 있으며 중앙 로비는 열린 공간으로 만들었다.



지난 5월 17일 경기도 수원시 광교에 ‘CJ블로썸파크’가 문을 열었다. CJ블로썸파크는 식품과 소재, 바이오, 생물자원 같은 CJ제일제당사업부문의 연구개발 역량을 한데 모은 국내 최초이자 최대 식품바이오 융·복합 연구개발(R&D) 연구소다. 4,800억 원을 투입해 축구장 15개 규모(연면적 11만㎡)로 조성한 이곳에서 600여 명의 인력이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이날 CJ블로썸파크 개관식에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직접 참석했다. 휠체어를 타고 등장한 그는 CJ그룹 임직원과 기자들에게 환한 웃음을 보내며 인사를 주고받았다. 이 회장은 휠체어에서 일어나 단상으로 올라갔다. 과거 병상에 누워있을 때보다 한결 건강이 나아진 듯 보였다.

그는 담담한 표정으로 그 동안 경영현장을 챙기지 못한 안타까움과 임직원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이재현 회장은 “걱정해주신 덕분에 건강을 많이 회복해 오늘 4년 만에 여러분 앞에 섰다”며 “2010년 그룹의 제2 도약을 선언한 이후, 획기적으로 비약해야 하는 중대한 시점에 그룹경영을 이끌어가야 할 제가 자리를 비워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가슴 아프고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어 “저는 오늘부터 다시 경영에 정진하겠다. 그룹의 시급한 과제인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미완의 사업들을 본궤도에 올려놓겠다. 이를 위해 모든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국내 언론은 2013년 7월부로 회장직을 떠났던 이재현 회장의 공식적인 경영복귀를 일제히 알렸다.


이재현 회장은 그룹의 비전인 그레이트CJ를 달성하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섰다.이재현 회장은 그룹의 비전인 그레이트CJ를 달성하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섰다.



CJ그룹은 이 회장의 공백기 동안 비상경영위원회를 구성해 사업을 꾸려왔다. CJ 비상경영위원회는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이채욱 (주)CJ 대표이사 부회장, 김철하 CJ제일제당 대표이사 부회장 등 4인으로 구성됐다. 이미경 부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복귀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J그룹은 지난 20년간 식품에서 문화까지 사업을 확장하며 ‘글로벌 생활문화기업’이라는 비전을 달성하는데 주력해왔다. 이재현 회장은 2010년 온미디어를 인수하면서 미디어 사업을 확장했고, 2011년에는 대한통운을 성공적으로 인수하는 등 ‘뚝심 투자’로 그룹의 전략적인 성장을 이끌었다.

그러나 CJ그룹의 공격적인 성장은 이재현 회장이 경영에서 손을 뗀 지난 4년간 정체 상태를 보였다. 해외 주요 물류기업과 바이오 기업의 인수, CJ헬로비전의 M&A 등이 무산되고 성장이 둔화되는 등 사실상의 정체기를 보냈다. CJ그룹은 2020년 매출 100조 원을 달성해 글로벌 생활문화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그레이트 CJ 2020’을 추진해 왔지만, 동력을 잃고 이 회장의 빈자리를 느껴야만 했다. CJ그룹은 이 회장의 경영 복귀로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미뤄왔던 경영 활동에도 본격 착수할 계획이다.



CJ대한통운 물류터미널 모습.CJ대한통운 물류터미널 모습.



정체됐던 그룹 성장 위해 36조 원 투자

CJ그룹은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30조 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투자 규모는 2012년 2조9,000억 원을 정점으로 하향곡선을 그려왔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9건의 M&A에 뛰어들었지만, 매번 막판 배팅을 하지 못해 고배를 마시곤 했다.

이재현 회장은 그룹이 성장하기 위해선 핵심사업에 가속도를 낼 수 있는 해외기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인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회장은 그동안의 경영 공백을 의식하기라도 한 듯 CJ블로썸파크 개관식에서 오는 2020년까지 물류, 바이오, 문화콘텐츠 등 분야에 36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월드 베스트 CJ’라는 새로운 경영 목표도 밝혔다. 월드 베스트 CJ는 2030년까지 최소 3개 분야에서 CJ가 글로벌시장 1위에 오르겠다는 장기적인 계획이다.

이채욱 CJ그룹 부회장 역시 지난 4월 주주총회에서 “M&A에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 사업 전반의 획기적 성장을 이루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복귀로 그동안 막혀있었던 CJ의 혈관이 다시 뚫리게 될 것”이라며 “대규모 투자와 해외사업 확대, M&A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CJ그룹이 매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 예측대로 경영복귀 한 달 만에 1조 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했다. 가장 활발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곳은 CJ제일제당이다. 최근 CJ제일제당은 9,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확정지었다. 우선 2020년까지 5,400억 원을 투자해 충북 진천에 세계 최고 수준의 식품 통합생산기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그 외에도 CJ제일제당은 해외 M&A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브라질 식물성 고단백 소재 생산업 체인 ‘셀렉타’를 3,600억 원에 인수했다. 전 세계 식물성 고단백 소재 사료 시장은 1조 6,000억 원대 규모로, 최근 5년간 연평균 7% 증가하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오는 2020년까지 글로벌 식물성 고단백 소재시장에서 매출 8,000억 원 이상을 달성하고, 식품용 농축대두단백 같은 새로운 소재도 생산해 글로벌 1위에 오르겠다는 야심을 품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러시아 냉동업체 ‘라비올라’ 인수를 통해 4조 원 대 규모의 러시아 냉동식품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100% 지분 인수 방식으로 인수대금은 약 300억 원이었다. CJ제일제당은 사업이 안정되면 러시아 전역으로 유통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국내에 경쟁상대가 없는 독보적인 물류업계 1위 기업 CJ대한통운도 M&A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인도 수송분야 1위 기업 ‘다슬 로지스틱스’, 중동·중앙아시아 지역 중량물 물류 1위 기업 ‘이브라콤’, 베트남 1위 물류기업 ‘제마뎁 코퍼레이션’을 잇달아 인수하며 글로벌 영토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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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은 그 외에도 택배업계 최초로 가정간편식 전문 배송업에 진출했다. 우선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시작해 이후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CJ그룹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컨트롤 타워 부재로 힘을 잃었던 임직원들의 사기가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4년간 성장정체를 겪어온 만큼 재도약에 대한 희망이 매우 크다”며 “이재현 회장이 공격적인 목표를 갖고 적극적 투자와 해외 M&A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그룹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문화 혁신으로 임직원 사기 올린다

이재현 회장은 경영복귀 후 임직원들의 휴가와 해외연수 기회 등을 대폭 확대한 기업문화 혁신방안도 발표했다. 일과 가정의 양립 및 유연한 근무 환경을 조성하고 임직원에게 글로벌 도전 기회를 확대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기업문화 혁신을 통해 그동안 오너 부재로 떨어진 임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겠다는 의도다. CJ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평소 ‘내 꿈은 함께 일한 사람들이 성장하는 것이고, 문화와 인재를 통해 위대한 CJ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강조해 온 이재현 회장의 의지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먼저 일·가정의 균형에 대한 방안을 마련했다. CJ그룹 임직원은 자녀 초등학교 입학을 전후로 한 달동안 ‘자녀 입학 돌봄 휴가’를 누릴 수 있다. 남녀 관계없이 2주간 유급 휴가가 제공되고, 희망자는 무급으로 2주를 추가해 최대 한 달 동안 가정에서 자녀를 돌볼 수 있다. 일시적으로 긴급하게 자녀를 돌봐야 하는 상황이 생겼을 때, 눈치 보지 않고 하루에 2시간 단축 근무를 신청할 수 있는 ‘긴급 자녀 돌봄 근로시간 단축’ 제도도 이번에 새로 마련됐다.

CJ는 임신·출산과 관련해서도 법정 기준을 초과하는 수준의 지원을 하고 있다. 현행 5일(유급 3일, 무급 2일)인 남성의 출산휴가(배우자 출산)를 2주 유급으로 늘렸다(출산 후 1개월 내에 신청할 수 있다). 여성의 경우, 임신 초기인 12주 이내와 출산이 임박한 36주 후에만 신청할 수 있던 ‘임신 위험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크게 확대했다. 12주와 36주 사이에 8주를 추가해 매일 2시간 단축 근무를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CJ는 임직원들의 글로벌 비전을 강화하기 위해 ‘글로벌 노크(Global Knock)’와 ‘글로벌 봐야지(Global Voyage)’라는 프로그램도 신설했다. ‘글로벌 노크’는 어학연수, 글로벌 직무교육, 체험 등을 위해 최대 6개월까지 휴직을 신청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회사가 제시하는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연수 계획을 세워 자기주도적으로 글로벌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5년 이상 근속한 임직원이 신청할 수 있다. ‘글로벌 봐야지’는 그룹 내 신임과장 승진자 전원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연수프로그램으로 올해부터 시행된다. 올해 승진한 그룹의 신임과장 800여 명은 각 계열사가 진출한 국가에서 해외연수를 받게 된다.

이 회장은 2020년 매출 100조 원 실현을 목표로 하는 그레이트 CJ를 독려하기 위해 파격적인 성과급 지급안도 발표했다. 2019년까지 각 계열사가 연간 목표 영업이익을 달성할 경우 그 회사에 5%의 인센티브를, 2020년 목표 매출을 달성한 계열사에겐 10%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예정이다. CJ그룹은 임직원들이 계열사의 방송, 식품, 영화, 외식 같은 서비스를 이용할 때 적용되는 할인률도 기존 35%에서 40%로 확대했다.

조면제 (주)CJ 인사지원실장(부사장)은 “CJ그룹은 지난 2000년 대기업 최초로 ‘님’ 호칭과 복장 자율화 등을 시행해 기업문화혁신을 선도했고, 이를 바탕으로 빠른 그룹 성장을 이뤄왔다”며 “이번 기업문화 혁신을 통해 임직원들의 성장과 도전을 촉진하는 열린 기회를 제공하고 자율과 창의가 존중되는 유연한 조직문화를 구축해 새로운 시대에 맞는 기업문화를 이끌어나가겠다”고 말했다.

CJ그룹은 올해 매출 목표를 40조 원으로 올려 잡았다. 올 한 해 투자 예정 금액은 5조 원에 이르고 있다.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그룹의 침체된 분위기를 쇄신하고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뚜렷이 읽을 수 있다. 돌아온 이재현 회장의 뚝심 경영이 CJ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고 있다.



CJ블로썸파크 개관식에서 이재현 CJ그룹 회장(가운데) 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근태 CJ대한통운 대표이사, 김철하 CJ제일제당 대표이사, 이재현 회장, 부인 김희재 여사, 이채욱 CJ주식회사 대표이사.CJ블로썸파크 개관식에서 이재현 CJ그룹 회장(가운데) 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근태 CJ대한통운 대표이사, 김철하 CJ제일제당 대표이사, 이재현 회장, 부인 김희재 여사, 이채욱 CJ주식회사 대표이사.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하제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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