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으로 일컬어지는 미국 기술 대표주 중 아마존·구글·페이스북이 지난주 실적을 발표했지만 주가 흐름은 좋지 않았다.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주가 상승이 가속됐던 지난 4월 말과는 다른 흐름이다.
대표적으로 아마존의 2·4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25% 늘어 시장 기대를 충족시켰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예상치를 크게 하회했다. 주당순이익(미국 회계기준)은 0.4달러에 그쳤다. 시장의 기대 수준이 1.39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큰 폭의 어닝 쇼크를 보인 셈이다. 아마존 주가는 실적 발표 후 2.5% 하락했다. 어닝 쇼크 수준에 비하면 하락 폭이 크지 않았다. 미국 기술주의 추세 변화를 논하기는 아직 이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장주 투자의 핵심 변수인 이익 전망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스타일 투자 전략은 성장과 가치로 구분된다. ‘달리는 말에 올라 타자’라는 증시 격언은 성장주 투자 전략을 가장 압축적으로 표현한다. 성장주 투자자는 이익의 지속성에 집중한다. 이익 성장이 지속된다면 현재 가격이 싸고 비싸고는 중요한 변수가 아니다. 아마존과 같은 성장주가 고평가 논란에도 주가 상승이 지속된 이유다. 성장 스타일 투자의 핵심 기준은 이익이다. 아마존의 실적 부진은 지난 4개월간 가속돼온 미국 기술주 주도의 성장주 쏠림 현상이 한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가치 스타일 투자는 성장주 투자에서 간과된 가격에 집중한다. 가치 투자의 기저에 흐르는 투자 철학은 순환 논리다. ‘순환’은 성장주의 투자 철학인 ‘지속성’과는 반대되는 개념이다. 순환 사이클이 작동한다면 결국 현재 저평가된 자산이 가까운 미래에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논리다. 성장 스타일 투자 전략이 달리는 말에 올라타는 추세 추종형 투자 전략이라면 가치 스타일 투자는 평균 회귀에 입각한 역발상 투자 전략이다.
향후 두 가지 시나리오를 예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성장주 쏠림을 이끌었던 ‘FAANG’을 대체하는 새로운 성장주 쏠림이 나타날 가능성이다. 두 번째 가능성은 2016년 하반기와 같은 성장주에서 가치주로 스타일 전환이 나타나는 경우다. 변화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물가를 주목한다. 이익 성장에 집중하는 성장 스타일 투자는 경기 상황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가치 투자는 그 자체의 순환적 특성 때문에 경기 사이클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지난 4개월 물가 둔화에 따른 경기 기대의 후퇴는 성장주 쏠림을 강화시켰다. 경기 상황, 특히 물가 흐름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성장주 쏠림은 주도주의 변화가 있을 뿐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부진했던 물가가 반등한다면 성장주에서 가치주로의 스타일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최근 유가의 급등은 성장주로의 쏠림 강화보다 가치주로의 스타일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